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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Feb 28. 2022

카카오 예능의 튀는 색

박수칠 때 떠난 두 예능을 보며

카카오TV가 기획, 제작한 웹 예능을 즐겨 보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 속 예능이 넘쳐나고 있는 시대다. 그런데도 카카오의 예능이 눈에 띄는 것은 구별되는 본인만의 색깔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인상 깊게 본 예능은 얼마 전 종영한 <맛집의 옆집>과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다. 이들은 이야기를 적절한 시기에 잘 맞춰 끝낸 예능이다.  


주식과 쪽박 가게.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누구보다 독특하고 명확한 소재다. 어떤 방송사든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 하지만 그만큼 뻔한 진행이 예상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상황을 보여주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전하는 방송으로 대부분 제작될 것이다. <맛집의 옆집>과 <개미는 오늘도 뚠뚠>도 다른 방송과 비슷해 보이지만 색다르게 느껴지게 회가 진행된다. 이 둘이 웹 예능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규제에서 자유롭기에 방송의 재미가 잘 살아났다. 이는 예능은 참신한 소재도 중요하지만 이를 다루는 플랫폼도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맛집의 옆집>은 ‘맛집 수사대’라는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꾸리며 상황극을 선보인다. 이는 회를 거듭할수록 상점만 다를 뿐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 진행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도 마지막 시즌이 되었을 때 MBC <무한도전>의 무한 상사 같은 ‘회사’의 모습을 보였다. 독특한 세계관에 시트콤, 콩트식 진행과 리얼 버라이어티식 진행을 혼합해 B급 정서와 현실감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이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두니아: 처음 만나 세계> 등을 연출했던 김진경 PD를 비롯한 카카오로 이적한 MBC 출신 PD들의 영향이라고 본다.


<맛집의 옆집>을 지상파 버전으로 만들었다면 아마 가게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을 것이다. 가게 인테리어 등 모든 것을 환골탈태시켰던 MBC <신동엽의 신장개업>,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방안을 제시하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의 모습을 보이거나 연예인들을 그 가게에서 일을 시켜 고난을 겪는 모습을 관찰하고 직접 가게 홍보에 나서게 하는 식의 진행이 예상된다. 하지만 <맛집의 옆집>이 돕는 방법은 기존의 설루션 예능과 다르다. 방송에서 실제로 행했던 방식은 골든벨을 울려서. 애환뿐만 아니라 여러 이야기를 소통함으로. 단기적인 방법이지만 크게 판을 키우기보다 가장 작은 고민부터 해결해주려고 한다. 맛집의 옆집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왜 안 되는지 등을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기에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 지상파 버전으로 만들어진다면 파일럿 방송으로 끝난 MBC <개미의 꿈>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자신의 일화를 드러내거나 자신의 투자 방법에 대한 조언들 들을 뿐 실제 모습을 보여주거나 주식의 이름을 완전히 드러내며 논하지는 어려웠을 것이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지상파에서 하기 어려운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출연자가 자기 출연료로 직접 주식에 투자하고 손실과 이득을 보여준다. 진짜인지 아닌지 모를 누군가의 ‘썰’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보여준다는 것에서 시청자가 느낄 공감과 재미의 크기는 차이가 있다. 


이 두 예능 외에도 카카오TV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예능을 요일별로 전달한다. 모두 한 소재가 트렌드가 되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카피캣 방송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방송이다.


라인업을 살펴보면 카카오TV는 참신함과 익숙함의 조화를 이룰 줄 안다. 작사가 김이나가 상대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예능 <톡이나 할까?>와 스왑 요소가 들어있는 커플 예능 <체인지 데이즈>는 기존 예능과 볼 수 없는 새로움이 있었다. 이와 달리 이경규의 원맨쇼인 <찐경규>는 새롭지는 않지만 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익숙한 예능이다. 이밖에 다른 예능을 보면 새로움과 익숙함을 모두 갖추고 있기에 안정적이고 골라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적절한 조화가 있는 예능 라인업, 예능마다 갖추고 있는 고유의 색깔, 길게 끌지 않고 떠날 때를 아는 결단력. 앞으로 카카오TV 예능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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