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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Nov 02. 2021

TV 코미디 부활 방법은?

개그맨의 유튜브 성공을 통한 모색

유튜브 시장에서 개그맨이 뜨고 있다. ‘피식대학’을 선봉으로 한 개그맨들이 펼치는 활약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있다. 신기한 것은 이들은 TV 시장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자기 코너가 없거나 단역을 도맡던 무명이었다.


주목받지 못했던 개그맨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전략을 잘 세웠기 때문이다. 호흡이 짧고 트렌드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젊은 층이 재미있게 시청하게끔 만든다. 이 요소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개그맨들은 유튜브에서도 고전했을 것이다. 이런 시도를 역으로 TV 시장에 적용한다고 먹힌다는 보장은 없다. JTBC <장르만 코미디>라는 프로그램이 인터넷에서 밈이 될 만한 요소를 많이 활용하거나 기존 공개 코미디와 다른 코미디를 많이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도 그 이유다.


시기를 잘 탔고 활동 공간이 인터넷이었기에 성공한 것일 수 있다. 패러디, 부캐를 활용한 현실과 가상의 조합 등은 TV에서도 나오지만 그 빈도가 너무 잦아 시청자에게 익숙해 재미가 빨리 식거나 아예 이해를 하지 못해 공감대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괴담, 루머, 거짓 뉴스 등이 넘치고 빨리 퍼지는 인터넷 자체에서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이를 콘텐츠에 잘 활용하면 더욱 몰입하게 할 수 있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 이들은 철저히 자신을 숨긴다. 이름, 외모, 말투 등 모든 것을 바꿔 세상 어딘가에 사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정체가 탄로 나도 동일인임을 부정한다.


파생되는 상품도 각종 물건에 자신을 덧붙이기만 하는 방식이 아니다. 김으로 성공한 재벌 3세 ‘이창호’의 ‘김갑생 할머니 김’, 인기 아이돌 ‘매드 몬스터’의 앨범 등 자신과 관련된 상품에 집중해 세계관과 자기 정체성을 더 튼튼하게 한다. 또 만들어진 캐릭터로 한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콘텐츠와 교류하고 관계를 만든다. 스핀오프 방송은 이미 있었지만, 세계관을 구축하는 콘텐츠는 없었다.


이런 섬세함에 시청자도 흥미를 느낀다. 밈과 유행을 빨리 접하는 인터넷에 능숙해 유쾌하게 화답한다. 진실과 거짓을 파헤치기보다 만들어진 디테일을 함께 즐긴다. 캐릭터를 확고히 하려는 제작자와 알면서도 재미있게 당해주는 시청자의 상호작용이 놀이가 되어 콘텐츠는 더 단단해지고 재미를 유발한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수장 격이었던 KBS <개그콘서트>의 몰락 원인으로 시청자가 가장 많이 꼽는 것은 재미없는 구성이었다. 폐지가 임박할 무렵 이 방송은 풍자를 빙자해 정부나 시대를 비판하며 억지 동의를 구하거나 따라 하지 않는 유행어를 조성하기 일쑤였다. 개그맨들의 역량 문제로 봐야 하는 것인지 PD, 작가 등 방송 구성원의 문제로 봐야 하는 것인지 내부 사정을 알 수 없지만,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재미없게 느껴지던 개그맨들이 다른 플랫폼에서 재미있다고 입에 오르는 것은 어딘가 크게 엇나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일부는 TV 시장에서 젊은 개그맨들의 잠재력을 몰라봤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아이디어와 능력이 TV 시장과 조화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인터넷 감성과 TV 감성은 여전히 맞물리는 때도 있지만 어긋나는 때도 많기 때문이다. (더 넓은 시청자층, 콘텐츠의 길이 등의 요인 외에도 심의 같은 무거운 잣대가 한몫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들의 상승은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원로, 중견 개그맨들의 눈을 유튜브 시장으로 돌리게 했다. 뒤늦게 뛰어든 만큼 젊은 후배들을 좇는 데는 부족하고 좇더라도 따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TV 시장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은 tvN <코미디 빅리그>를 빼면 남아 있지 않다. 그렇기에 개그맨들이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들에게 생계유지와 직업적 소명(?)과 만족(?)을 이룰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코미디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개그맨들이 TV를 외면한 채 유튜브 시장에서만 활동하는 것은 코미디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조건 TV에서 코미디를 해야 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그맨들이 활동할 더 많은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TV는 여전히 필요한 존재다. 모두 유튜브에 뛰어든다고 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의 수익 창출을 고려한다지만 이는 개그맨들의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되지 않는다. 지금 잘 나가는 이들 외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 마이너 개그 유튜버가 다루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몰래카메라나 자극적인 내용이다. 여기만 몰두하면 고정된 생각의 틀에 박히기 쉽다. 게다가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TV와 심의가 생각과 소재의 자유를 억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한 일이 되어버린다. 역량의 문제로 공격받기 쉽다. 결국 죽기도 쉬운 것이 유튜브 시장이다. 


코미디의 부활을 꾀한다면 어느 시장이든 개그맨들의 활동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방송가에서 투자할만한 가치를 느끼는지, 활용할 의지가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만약 준비가 되어있다면 이들이 가진 재능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든 현재든 개그맨들에게 공통적으로 검증되는 것은 연기력이다. 이를 공개 코미디가 아닌 과거 최양락을 필두로 해 인기를 끌었던 호흡 긴 콩트나 MBC <테마게임> 같은 드라마 타이즈 계열의 코미디로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원로, 중견 개그맨들의 능력은 이미 검증되었다. 신진 개그맨들은 유튜브에서 놀라운 연기력으로 자신의 진가를 보이는 중이다. 세대를 아울러 많은 개그맨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눈에 띄는 이들은 연기 쪽으로 생계 열어줄 가능성도 만들 수 있다. 또 공개 코미디에 부정적인 방송국도 새로 코미디 살릴 명분이나 시도가 될 수 있다.


코로나 블루 시기 웃음이 줄어드는 마당에 신바람을 불어넣어 줄 시도가 필요하다. 코미디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방송국에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성공의 결과로 먹고사는 이들은 가능성과 확신이 있어야 해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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