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콘텐츠의 한계와 새 방향
센세이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이후 백종원의 행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렇다. 배우 소유진의 남편, 수많은 식당을 거느리는 대표 등으로만 알려진 사람이 방송국마다 새로운 예능을 구축하고 대중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요리 관련 프로그램은 꾸준히 제작되어왔다. 출연하는 이들은 대개 전문가로서 역할이 강했다. 뛰어난 요리 실력과 해박한 지식을 보이는 한정된 역할이었다. 백종원이 이들과 달랐던 것은 끌리는 입담과 어느 정도의 진행 능력이었다. 실시간 소통 방송이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쉼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채팅을 읽고 소통했고 그런 백종원은 방송국에 신선한 아이템이었다.
이후 방송국은 그의 다양한 능력을 활용해 요리라는 하나의 주제로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송을 만들 수 있었다. 백종원의 요리 실력을 통해 tvN <집밥 백선생>에서 요리를 가르치고 경력으로 Olive <한식대첩>과 SBS <3대천왕>에서 상대를 평가하기도 했으며 사업가로서 능력으로 SBS <골목식당>에서 수많은 식당을 컨설팅하고 해박한 지식으로 tvN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에서 세계 각국의 요리를 설명했다.
TV만 켜면 백종원이 나온다. KBS2 <백종원 클라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맛남의 광장>,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 등 백종원의 이름을 내건(백종원이 소재나 다름없는) 콘텐츠가 거의 날마다 있을 정도다. 백종원이 출연한 웬만한 방송은 어느 정도 성공의 결과를 이뤄냈다. 웃기다 끝나는 것이 아닌 요리 능력 향상, 식당 컨설팅, 지역농산물 활성화, 지식 전달 등 어떻게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달리하고 영향력을 끼치려고 한다. 방송국마다 백종원을 찾는 이유다. 백종원은 적어도 요리 관련 콘텐츠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하지만 이것은 강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차별성을 준다고는 하지만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버리게 된다. 자기 복제가 된 것처럼 프로그램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백종원 자체로는 웬만한 콘텐츠가 아닌 이상 차별성을 가진 콘텐츠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백종원=요리’라는 공식을 버릴 수도 없다. 백종원이 토크쇼, 버라이어티 등 다른 예능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출연하는 방송만큼 잘 해낼지는 미지수다. 백종원이 가진 가장 큰 카테고리인 요리를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재석, 강호동 등 전문 예능인과 백종원의 가장 큰 차이는 ‘어울림’에 있다. 유재석, 강호동은 자신이 그 콘텐츠에 어울리려고 한다. 또한, 잘 어울릴 수 있기에 어떤 프로그램이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백종원은 요리라는 특성화된 콘텐츠에 특화된 사람이다. 백종원이 <런닝맨>에서 누군가를 뒤좇아 이름표를 떼어낸다? 백종원이 ‘유산슬’ 같은 인물이 되어 트로트 앨범을 낸다? 기존의 공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이는 참신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본인이 고사하거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새로움을 항상 찾는 방송에서 백종원은 더는 신선함이라는 단어와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 소재이다. 이는 성공을 위해 백종원을 너무 자주, 빨리 소비해버린 방송 제작진의 문제이다. 우리 삶 속의 식(食)은 지루할 틈이 없는 활동이지만 콘텐츠 제작 차원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문화 상품, 콘텐츠로 소비되는 식(食)은 소비자가 늘 새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많이 파생된 백종원 방송은 이후 나올 백종원 방송의 차별화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백종원 콘텐츠는 TV를 떠나 OTT, 웹 콘텐츠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백종원 자체가 가진 힘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말한다.
백종원, 백종원 관련 콘텐츠가 더 오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단순한 채널이나 플랫폼 변화는 전혀 새롭지 않다. 새로운 항해를 위해서 방향을 변화시키는 것이 나은 방법일지 모른다. 예능에서 한계가 있다면 눈을 돌릴 곳은 다큐멘터리다. 해박한 지식과 전달은 예능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콘텐츠에서 더 많이 소비 가능한 자원이다. 이미 백종원은 tvN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JTBC <양식의 양식>, KBS <삼겹살 랩소디> 등에서 해설가로서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수많은 백종원 예능이 양산된 것처럼 백종원 다큐가 양산될지 모르지만, 백종원, 방송국 양쪽 모두 도전해볼 때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