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톡톡
노래를 부르기 싫어하는 사람도 인생에 있어 가장 많이 노래를 부를 시기가 있다면 군 복무 시절이 아닐까.
처음 들었을 때는 깊이 와닿지 않는 가사와 익숙하지 않은 음정, 박자에 외우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노래가 군가고 선임의 갈굼을 피하고자 어떻게든 내 안 깊숙이 스며들어야만 했던 노래가 군가다. 그래도 점점 군 생활을 할수록 내가 겪는 상황과 가사를 대비하면서 부르고 들으면 기분이 묘해졌다.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음을 흥얼거릴 때도 있었다.
부대마다 특유의 ‘쪼’가 있어서 원곡과 조금 다른 음이나 강약, 박자, 기합, 추임새 등이 있을 것이다. 훈련소에서 배워갔더니 아예 안 부르는 군가도 있고 다르게 불러서 속으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내가 군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불렀던 군가, 기억나는 군가를 꼽아본다.
멸공의 횃불
제목부터 세 보이는 군가. 아침 점호와 일과를 마치고 노을 진 하늘을 보며 들으면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전선을 간다
겨울에 들으면 괜히 더 웅장 해지는 것 같은 군가. 겨울 아침 점호에 멀리 보이는 산을 보면 더욱 그랬다.
푸른 소나무
훈련소에서 조교들이 군가를 시킬 때 우리에게 곡 선택을 넘길 때 훈련병들은 꼭 이걸 선택했다. 마지막 고음 때문이었다.
아리랑 겨레
훈련소에서 배우지 못하고 자대에 갔을 때 불렀던 군가. 내가 절박하면 가사와 음을 어떻게든 터득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한 군가. 아무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구보할 때, 이동할 때 노래와 학습을 병행하며 마스터했다.
전우
훈련소부터 전역할 때까지 가장 많이 불렀을 가장 기본적인 군가. 가사도 간단하고 음도 익히기 쉬웠다. 그래서 가장 먼저 배웠다.
이밖에도 사나이 시리즈(진짜 사나이, 팔도 사나이, 멋진 사나이)가 기억이 난다. TV에 가끔 군가가 배경음으로 나오면 이 노래들이 많이 나왔다.
지금은 완전히 기억나는 군가가 없다. 예비군을 넘어 민방위가 되었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고 입과 귀에서 벗어난 지 오래니까. 좋았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들리는 군가를 들으면 부대가 있던 땅의 공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아련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