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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Jul 18. 2022

주니어보드 활동에 참여하다

노동요 - 철도 인생

사내 활동 중 ‘주니어보드’라는 활동이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시사상식사전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주니어보드란 중역회의, 이사회 등 민간기업의 전통적 의사결정기구에 대별해 과장급 등 젊은 실무자들로 구성된 청년 중역회의를 말한다. 회사의 중요한 정책결정에 앞서 건의사항이나 미처 고려하지 못한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30대의 젊은 과장급으로 구성해 운영한다. 주니어보드는 정책결정 기능은 없고 정책결정에 있어 중요한 변수나 건의사항을 발굴, 제안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팀장제를 도입, 청년중역들에게 상당한 정책결정권한을 부여하고 있어 주니어보드는 시니어보드(실제 중역)와 함께 민간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주니어보드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여기에 회사의 주니어보드 운영 목적은 ‘직렬·직급 간 세대 차이 극복으로 조직 전체 화합 도모’와 ‘소통을 통한 이해관계자와 상호교감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다. 같은 회사지만 직렬이 다르고 일하는 지역이 다르면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직원이 있다. 그래서 서로의 상황과 사정을 이해 못 할 때가 많다. 여기에 나이까지 많이 차이 난다면 세대 간 문제까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회생활 속 일어나는 이런 문제들은 직접 나누기 불편하다. 그래서 각자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회사 내 주니어보드가 맡는다. 모든 입장을 대변할 수 없고 월 1회 정도의 회의만으로 회사 내 잡음이나 오래된 문제를 해소할 순 없지만 적어도 다른 직렬의 주니어보드 간 이해를 돕는 데는 어느 정도 유효하다. 그리고 봉사 같은 사회 가치 활동에 참여하거나 다양한 홍보 아이디어를 제시해 대외적으로 회사를 알리거나 그 장치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일은 대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이 많이 지원한다. 선발 자격도 젊은 직원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지만 아무래도 젊은 직원들이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젊은 직원에게 일을 떠넘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것은 젊은 직원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일에 대한 열정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조금 하다 보니 연차 쌓인 직원의 말이 조금씩 이해됐다. (그렇다고 온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열정도 식겠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직장뿐만 아니라 가정을 포함해 시간을 할애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나이는 먹고 있지만 아직 시간 할애할 곳이 적은 나는 올해 주니어보드에 지원했고 어쩌다 보니 선발되어 활동 중이다. 내가 이 활동에 지원한 이유는 ‘생각을 많이 하고 싶어서’였다. 반복되는 업무를 계속하면 머리가 굳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창의적이고 생각을 많이 하는 일에 흥미가 있는데 주니어보드 활동이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이유는 부족했던 것을 채우기 위해서다. 내게 이 활동은 처음이 아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번 했는데 열심히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그 아쉬움과 부채 의식을 조금은 덜기 위해 한 번 더 지원했다. 


과거에 했던 주니어보드 기수와 지금 주니어보드 기수는 차이가 있다. 나를 중심으로 바라보면 과거에는 막내였기에 선배들이 하는 대로 따라갔다면 지금은 내가 선배 위치에 있어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할 수 있다. 기수 자체의 차이를 놓고 본다면 열정의 차이가 있다. 과거 기수는 어느 정도 이것저것 겪은 사람이 많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계산적이고 융통성이 있게 일을 처리할 때가 많았다. 지금 기수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직원이 많은 만큼 하고 싶은 일이 다양하다. 의욕이 있어 좋다. 지지는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아이디어도 많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제안이 거절당한다는 점 때문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주니어보드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망상에 가까울지라도 다양한 생각이 나왔을 때 혁신적인 무언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직원 입장에 아주 좋은 생각은 윗분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폐기되는 아이디어가 상당하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신나게 냈던 입사 초기와 아이디어가 나와도 이건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접어버리고 승인될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이게 성장한 것인지 아니면 계산적으로 변모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젊은 세대를 겨냥한 홍보 아이디어를 내라고 한다면 요즘 트렌드에 맞춘 영상 등을 기획, 제작해서 제출한다. 하지만 이 영상은 폐기된다. 그 이유는 휴머니티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휴머니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신파극이나 휴먼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감동적인 요소를 말하는 것 같다. 필요 요소일 수 있지만 그게 꼭 젊은 세대를 겨냥할 때 필요한 요소인지는 잘 모르겠다. 공급은 있으나 공급을 거절하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처음에 나오는 다양한 아이디어는 점점 수용되기 위해 틀이 생기고 그 틀에 맞춰 나오니 참신함이 없어져 버린다. 모든 공무원, 공기업의 문제라고 할 순 없겠지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거로 예상한다.


열심히 준비한 아이디어가 이런 식으로 계속 거절당하면 김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공공을 위해 일하는 회사이기에 자체 이미지를 생각한 행동이라고 스스로 이해시키고 있다. 하지만 충주시처럼 시에서 운영하는 유튜브임에도 통통 튀는 콘텐츠는 얼마든지 만드는 곳도 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아이디어는 내길 바라는데 쓰지를 않고 쓰더라도 무임승차해 자기 공으로 돌리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무임승차를 철도 내 큰 문제로 여기면서 자신들의 무임승차는 큰 문제로 안 여길 때가 많아 답답하다.


장황한 회사의 운영 목적과 다르게 여러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얻는 것도 있다. 주니어보드 활동이라는 경력을 쌓는다는 점, 만나지 못한 다양한 직렬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 직장 생활 외 색다른 활동을 통해 추억을 쌓는다는 점 등 상대적이겠지만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 직장인으로서 일하는 시간 외 시간을 투자하기로 마음먹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기에 설령 잿밥에 관심이 있을지라도 하겠다고 자원한 이는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일이지만 한계도 많고 지향하는 것과 다르게 운영될 때가 많은 것이 주니어보드다. 누군가는 예산 낭비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열심히 참여하는 이들의 노력과 헌신까지 함께 매도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주니어보드 활동뿐만 아니라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이에 참여하는 직원이 있다면 의도한 방향대로 조금씩 발전해 나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나도 그런 역할을 하는 데 힘을 보태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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