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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Jun 13. 2023

<피지컬: 100> 감상 및 향후 OTT 시장 예상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이 호응을 얻고 있다. <피지컬 100>은 최고의 피지컬을 찾기 위해 신체를 활용한 대결을 펼치는 생존 경쟁 예능이다. 아주 단순하고 원초적으로 보이나 현재 예능 판에 없는 분야를 잘 찾아 공략한 예능이라고 할 수 있다.


KBS의 <출발 드림팀>을 비롯해 몸을 활용한 예능은 대개 장애물 경기 위주의 예능이었다. 이와 달리 <피지컬: 100>은 장애물을 최소화하고 맨몸으로 서로 겨룬다. 여기에 최종 한 명이 살아남는 생존 요소도 들어있다. 예능 콘텐츠의 수가 늘어나면서 소재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적은 소재로 차별화를 주기 위해 내용이 복잡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피지컬: 100>은 반대로 단순한 소재를 활용해 거대한 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내와 해외 시청자가 모두 신선하게 느낄 만하다.


방송의 특징이자 장점이라 한다면 다른 예능보다 스토리텔링에 대해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오롯이 주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낯익은 유명인, 몸과 관련된 분야에 최고봉들이 대거 출연했기 때문에 굳이 이들에 대해 설명할 필요를 줄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홍보 영상으로도 활용했듯이 몸으로 데스매치를 펼친 것이다. OTT 방송은 긴장되는 지점에서 방송을 끊어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을 넘어 시청자가 바로 다음 화를 보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잘 해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그 초반부가 가장 흥미롭고 긴장되는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눈을 뗄 수 없었던 처절함, 치열함과 다르게 퀘스트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록 힘이 빠지고 대결이 단순해지는 느낌이었다. 중반에 출연자끼리 팀을 편성해 단체전을 펼치는 것은 다양한 내용과 방식으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되지만, 대결의 긴장감이나 속도감, 신선함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팀을 구성해 서로 협력하는 것은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온전한 경쟁에 불필요한 ‘정’과 ‘계산’이 생긴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취지를 약화하고 진행에 불필요한 변수를 만들 수 있다. 출전 종목을 선택할 때 자신의 생존보다 남을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는 모습이나 더 유리한 생존을 위해 팀을 구성할 때 모의가 이루어지는 것에서 보이는 인간적인 면모는 다른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모습이라 아쉬웠다. 또 팀 대결로 각광받은 출연자도 있지만, 자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것 같아 아쉬웠다. 처음에 출연진을 모아놓고 인간의 신체 능력을 확인한다고 말한 점, 최종 1명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 점을 놓고 봤을 때 ‘협동’과 ‘정치’의 개입을 철저히 막고 ‘경쟁’과 ‘생존’에 더 집중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본래 취지가 사람의 인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누가 신체적으로 최고인지를 보기로 한 방송이었기 때문에 이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힘’이라고 하면 근력 외에 스피드, 지구력 등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것들을 세부적으로 하나씩 나눠보는 개인전을 하거나 수많은 사람의 일대일 대결이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지루하다면 올림픽 육상이나 수영 예선처럼 여러 명이 동시에 경쟁하는 방법을 택했다면 다양한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까? 국적, 성별, 나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등을 가리겠다고 했지만, 점점 성별, 체급별 격차가 커져서 개인별, 팀별 형평성이 어긋나 보인 것도 아쉬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종목과 상대를 무작위로 뽑아 경쟁시켰다면 어땠을까? 생존을 위해 상대를 예상하거나 피할 방법이 없으니 더 긴장되는 대결이 늘어났을 것 같다.


그런데도 방송 내내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이었다. 우선 화려한 몸매, 엄청난 신체 능력 등이 눈에 띄었다. 국가대표급은 되어야 확실히 높은 단계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여실하게 보였다. 그만큼 정신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올림픽 같은 대회에도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밖에 사람들의 상호작용도 눈에 띄었는데 앞서 아쉬운 점으로 말했지만 결국 사람이 모여 하는 일이라 서로 응원하고 정이 드는 게 한편으로는 보기 좋았다. 경쟁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며 이 프로그램이 결론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겨내려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중요하다는 것 같았다. 여러 출연자 사이에서 추성훈이 빛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을 주목하게 된 것은 소재 때문만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국 MBC에서 자신의 방송 채널에서 방송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넷플릭스의 제작을 지원받았으니 지상파 채널에서 보기 어려운 세트나 카메라 효과 덕분에 전반적으로 넷플릭스 방송의 향이 물씬 풍겼으나 방송 자막이나 인터뷰에서 MBC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묘사하자면 <PD 수첩>이나 <다큐 플렉스>가 보이는 <투 핫>이라고나 할까. 또한 MBC 교양 PD가 만든 예능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어떤 장르를 전문으로 했든 간에 내공을 가진 이가 빵빵한 지원을 받으면 어떤 물건을 만들 수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다. OTT 시대 이전에도 방송을 만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 온 방송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TV 예능이 아무리 ‘재미없다’, ‘위기다’라고 말하지만, 기본은 하는 것이 방송국이다. 방송을 내보내기 전까지 회의와 편집을 반복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MBC가 이 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피지컬: 100>은 소재나 내용만으로도 향후 방송에 영향을 줄 것이다. 제작 측면에서는 당연히 몸을 쓰는 카피캣 방송을 방송국 여기저기서 시도해 볼 것이다. 또 이제 PD는 예능, 교양, 스포츠 등 PD라는 이름 앞에 붙은 자신의 분야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멀티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변할 것 같다. 예전부터 예능 PD의 드라마 제작, 드라마 PD의 영화 제작 등 사례가 있었기에 교양 PD의 예능 제작이 놀랄 일은 아니다. 이제 그 빈도가 더 잦아질 것이다. 이는 방송국의 변화도 이끌 것이다. 박성제 MBC 사장은 <피지컬: 100> 공개에 맞춰 자신의 SNS에 이제 MBC는 지상파 TV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 채널을 가진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벗어나 제작사로서 역할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점은 방송국의 진화로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방송계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좋게 보면 협업이나 자기 콘텐츠를 OTT에 판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OTT의 지원을 받아 자기 방송 채널이 아닌 OTT 독점으로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원을 받는 이유는 제작사가 적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수익 창출과 시장 확보를 위해 <피지컬: 100>은 MBC가 ‘우리 방송국, 우리 교양 PD는 이렇게 잘 만들어’라고 OTT 시장에 홍보하는 일종의 출사표이자 포트폴리오였던 셈이다.


OTT의 지원을 받아 방송을 제작하고 판권을 넘기는 사례의 증가와 방송국의 제작사화는 <피지컬: 100> 이후로 더 가속화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유망하기 때문에 OTT에서 많은 투자를 해 콘텐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점유가 어느 정도 되거나 투자한 방송의 결과가 좋지 않다면 방송 제작 수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고 OTT 회사가 해당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작사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흥행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재미있는 방송을 어떻게든 보면 좋겠지만 그 근간이자 주체가 흔들리고 변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피지컬: 100>은 여러 면에서 변화의 모습을 보여줬고 예상하게 한 예능이었다.



글을 마치고 나니 결승전 재경기부터 출연자들의 과거 학교 폭력, 데이트 폭력 등 여러 잡음이 들렸다. 일부 출연자의 약물 사용 전과(?)는 웃어넘길 정도다. 수많은 출연자의 과거나 인성을 제작과 방송 전에 잡아내는 것은 쉽지 않기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재경기 및 묵인은 제작 중에 일어난, 현장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었기에 이 방송의 진정성, 진실성에 물음표를 던지게 했다. 물론 장비에 문제가 있다면 재경기를 요청할 수 있고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어떠한 방법이을 쓰더라도 했어야 했다. 대충 넘어가고 의문 제기에 콧방귀를 뀌는 모습은 이 방송뿐만 아니라 차기 방송, 해당 PD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트렸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기획해 OTT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한 이 방송이 여러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 때문에 <피지컬: 100>은 방송 제작이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대표적인 사례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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