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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뮤직톡톡

몰라요 - 에이핑크

뮤직톡톡

by 와칸다 포에버

https://youtu.be/zI6MvzIZ3CA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남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지금껏 살면서 못해본 것이 많다. 그래서 모르는 것도 많다. 설령 경험하더라도 그 시기가 한참 늦는다. 대화 중 남들은 잘 알지만 나만 모르는 단어, 경험이 많아 창피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핸드폰을 처음 산 게 성인이 되는 게 얼마 남지 않은 고3 겨울이었다. 카페에서 차와 함께 흔히 파는 빵도 먹어보지 못했다. 아무 정보와 지식 없던 취업생 시절 한 면접장에서 옆 사람에게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것저것 배운 적도 있다. 그 사람은 내게 순진하다고 말했다. 누가 내게 순진하다고 하는 말은 그리 생소하지 않다. 이전부터 가끔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왜 그런 삶을 살았을까? 내게 익숙한 것만 해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만 몰두하니 그런 부문에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하나도 몰랐다. 그런데 잘 모른다고 놀림 받는 때가 있었다. 그러니 누가 놀리지도 않았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며 놀림당할 것 같아 경험하기를 피한 적도 있었다. 무지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또 나와 반대로 경험이 많고 이것저것 많이 아는 사람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나서서 일을 해결하거나 설명할 때 그렇지 못한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나는 경험에 대한 집착이 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 새롭게 느껴지는 것을 한 번은 겪어보고 싶어 하게 됐다. 뭘 먹더라도 새로운 것이 먹어보고 싶고 뭘 하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게 좋다. 몰랐던 것을 배우고 깨닫는 것, 이를 계기로 조금씩 따라가는 재미가 생겼다. 좇는 대상은 딱히 정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을 수많은 사람이 대상이다. 물론 겪고 나면 내 취향이 아니라 후회할 때도 있다. 그래도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사라져 좋다. 주어진 시간이 한정된 삶을 사는 인간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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