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V를 켰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칸다 포에버 Apr 29. 2024

이제 진짜 신데렐라는 없다

<싱어게인 3>을 보고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중 <싱어게인>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노래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있는 것만 모아서 잘 혼합시켰기 때문이다. 비빔밥은 웬만한 것을 섞어도 맛있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것을 비빈다면 맛이 떨어질 때가 있다. <싱어게인>은 그런 위험을 잘 피한 프로그램이었다.


<슈퍼스타 K>, <보이스 코리아>,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등 각각의 프로그램을 보며 ‘이게 아쉽다, 이게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운 점과 보완점을 생각하게 됐다. <싱어게인>은 앞서 말한 프로그램에서 본 듯한 구성과 장치가 오밀조밀 들어가 있다. 추억의 얼굴을 포함한 다양한 가수, 이름값보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 등 서로의 특징으로 아쉬운 점을 상호보완하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세 번째 시즌인 <싱어게인 3>을 보며 처음 이 프로그램을 접했을 때보다는 그 재미가 줄었음을 느꼈다.


<싱어게인>은 무명 가수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지만 완전 무명인 가수뿐만 아니라 OST만 알려졌거나 원히트 가수 등 다양하게 세분화해 이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있다. 노래를 향한 갈급한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하지만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된 사람이라는 것이 보일 때가 있다. 이제 신데렐라도 준비된 신데렐라는 있지만 온전히 새로 시작하는 사람, 진짜 신데렐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요즘은 음악 방송이 아니더라도 대중에게 자신을 선보일 창구가 너무 많아 완전 무명 가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명한 가수에 비해 덜 유명할 뿐이다. 결승이 임박할수록 예전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본 가수나 조금이나마 이름을 알린 가수가 살아남는다. 물론 빼어난 실력을 가진 이들이기에 이들의 생존이 불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인기투표 같은 제도에서 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불편했다. 이미 팬덤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감으로 자기 팬클럽의 이름을 말하며 고맙다고 하는 모습을 보며 팬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멋지기도 했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그들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누군가는 뛰어난 기량을 가진 것뿐만 아니라 조금 더 앞선 자리에서 먼저 뛰는 것처럼 이 프로그램에서 이미 누군가는 유리하게 시작했고 최종 승자는 오래전부터 결정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언더독이 재미있는 것은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를 거듭할 때마다 실력을 보여주면서 점점 주목받고 응원하는 사람이 늘어나 큰 성과를 거두는 모습,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며 자신의 새로운 이야기를 쌓아가는 모습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명으로만 가득 찬 방송이라고 해도 재미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화제성이 떨어지고 재미도 부족할 수도 있다.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데 이제 너무 많은 사람이 겹치기 방송 출연을 하면서 제2의 허각이나 우원재 같은 사람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싱어게인>에 출연한 이들이 노래하는 부분만 담은 짧은 유튜브 영상만 하더라도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은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뿐만 아니라 난생처음 보는 가수인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수일 때가 많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다시 한번 재도약하기를 바라는 시청자가 많기 때문에 많이 봤을 것이다. <질풍가도>라는 노래를 불렀던 74호 가수 유정석이 승승장구하길 바랐던 것도 그 이유였다. 어떤 출연자보다 가장 <싱어게인>에 어울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고난을 이겨내고 마지막 승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싱어게인 3>의 결승의 모습도 그러했다. 이제 앞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면 시청자가 놀랄만한 새로운 얼굴이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방송의 유지를 위해, 화제성을 끌기 위해 제작진이 분주하게 준비하지 않을까. <싱어게인>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면 더욱 프로그램 취지에 알맞게 방송을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누군가에게는 유리한 제도를 수정하거나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 조금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취지를 방송에 맞춰 바꾸든가.

매거진의 이전글 퍼주는 것은 할머니 사랑으로 족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