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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Aug 19. 2024

직원의 아픔은 누가 치유하나

노동요 - 철도 인생

전동열차 운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때가 있다. 그중 자주 일어나는 사고는 승객과 관련된 사고다. 고장 사고는 적다. 전동열차가 고장 나면 중간역에서 교체하기 때문에 차가 열차 고장으로 운행 중간에 중단되는 일은 거의 없다. 승객과 관련된 사고 중 자주 일어나는 사고는 ‘끼임 사고’다. 열차 출입문이나 승강장 안전문이 닫힐 때 몸이 끼어 일어나는 일이다. (출입문과 안전문 사이에 갇혀버리는 일도 일어나기도 한다) 승객 본인도 늦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문이 닫힐 때 달려들어 억지로 몸이나 소지품을 밀어 넣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일이 허다하다. 전철차장은 문이 열리고 닫힐 때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바로 문을 개방한다. 일부러 위험에 빠지게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철차장도 출퇴근을 열차를 이용할 때가 많기 때문에 승객의 입장을 잘 안다. 빨리 타고 싶은 마음, 이 열차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몸을 날리는 것은  참 위험한 일이다. 나는 보통 그런 일이 생기면 바로 위험하니 다음 열차를 이용하라고 방송하는데 들은 대로 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일로 사람이 다치면 대부분 회사가 책임진다. 하지만 CCTV 기록으로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승객 책임일 때가 많다. 승객 본인도 다치지만 열차 고장, 지연의 원인으로 이어지니 이런 사고는 결국 여러 사람이 피해 보는 일이다. 자기 잘못이 분명함에도 민원 넣고 치료비 달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관리자들도 직원의 입장을 이해하겠지만 직원을 나무랄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경위서를 쓰고 심한 경우 징계를 받기도 한다. '잘 살펴라', '끊임없이 확인해라'. 모두 맞는 말이다. 직원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지만 이것만으로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CCTV를 늘려 사각지대가 없게 하는 것,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시민의식 등이 필요하다. 재정적 문제, 사회 문화, 인간성의 문제로 이는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치료 중 제일은 금융치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고를 당했을 때 승객은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면 전철차장은 사고를 당하면 치료할 방법이 있을까? 없다. 심심한 위로가 다다. 얼마 전 동료 차장 열차에 사상 사고가 일어났다. 노인이 선로에서 치인 사고였다. 사상 사고는 다 수습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신을 온전히 찾아야 열차를 운행할 수 있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기관사, 전철차장, 승객 모두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동료 전철차장은 멈춘 열차 안에서 사고 상황을 코앞에서 보며 안내 방송하랴, 직원 간 무전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관제와 시신 수습 관련 무전을 하던 것이 객실에 방송으로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걸 녹음해서 방송국에 제보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무슨 연유로 그렇게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지 그 상황이 기분이 언짢아 그랬다면 직원으로서는 매우 섭섭하다.


시간이 지나고 일이 수습되고 열차는 운행 중지되지 않고 끝까지 운행됐다. 사고가 일어난 시간이 출근 시간대였으니 승객 이동의 혼잡을 최소화하려 한 결정 같지만, 기관사와 전철차장에게는 너무 잔인한 처사이지 않나 생각한다. 동료 전철차장은 사고를 겪고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더 아쉬운 것은 사후 처리였다. 기관사는 현장 수습을 해 위로 휴가를 5일 받지만 전철차장은 3일의 병가를 받는다. 현장이 아닌 차내에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꼭 수습을 안 하거나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상황과 변수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 3일만으로 공포와 혼란의 기억을 지울 수 있을까? 나중에 회사에서 인재개발원 심리 치료를 받을 건지 연락이 왔다는데 그것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었다고 하니 당사자가 아닌 내가 봐도 처우가 참 속상하다. (예전에는 직접 병원을 찾아야 했지만 지금은 권하기라도 한다니 발전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단순한 끼임 사고도 찰과상이 아닌 돌이킬 수 없는 사상 사고로 번질 수 있다. '빨리 타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던진 몸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나 하나를 위한 행동에 여러 사람이 다친다. 승객은 열차 운행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안전하고 신속한 운행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그 원인에 자신이 있었던 것은 아닐지 한 번은 생각해야 한다. 보호와 책임에 대한 보장과 기대가 있기 때문인지 갈수록 승객의 행동은 더 대담해진다. 그럴수록 직원들은 초조해진다.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제도가 빈약하다. 사후 지원도 열악하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여기저기서 돌 맞는 직원은 누가 치유해 주는 걸까? 한 달 버텨 일하고 받는 급여? 정말 금융치료가 정말 최고인 건가? 안타까움에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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