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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V를 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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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Aug 05. 2024

노래 예능은 어떻게 진화할까

<싱크로유>를 보고

<싱크로유>는 KBS에서 5월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예능이다. 노래를 들어 AI가 부른 것인지 진짜 가수가 부른 것인지 찾아내는 추리 요소가 들어가 있는 노래 예능이다. 그런 점에서 음치를 찾아내는 Mnet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나 모창 가수와 진짜 가수를 찾아내는 JTBC의 <히든 싱어>와 비슷하지만, 사람이 아닌 AI를 찾아낸다는 점에서 색다른 부분이 있다.


이 방송은 파일럿으로 끝나지 않고 언젠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될 것 같다. 2번의 방송은 반응을 살피고 정규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쇼케이스였다고 생각한다. 방송의 규모나 출연진 등에 공을 들인 것으로 봐서 이렇게 끝나기는 아쉬울뿐더러 요즘 들어 나온 KBS 예능 중 가장 참신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수가 없어도 노래 예능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물론 비 가수의 오디션 프로그램, 모창 대회 같은 콘텐츠는 오래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가수가 없었던 노래 예능도 오래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도 노래가 만들어질 수 있고 이것을 콘텐츠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싱크로유>은 가수가 출연하지만 가수보다 AI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존 가수와 비교를 위해 가수가 출연하겠지만 출연진과 방청객을 속이기 위해 모두 AI를 활용하는 회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긴장감이 덜한 것은 이 방송의 아쉬운 점이었다. <히든 싱어>는 진짜 가수가 우승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프로 가수가 올바른 추리를 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이 방송의 출연진은 추리를 실패한 것이 아쉬울 뿐 긴장하지 않는다. 감쪽같은 AI의 소리에 감탄만 할 뿐이다. AI와 진짜 가수가 대결하거나 맞췄을 때 보상이 있다든가, 청중들과 대결을 한다든가. 지속적으로 긴장감 줄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단순한 음악 감상에서 오는 재미와 다른 재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TV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아쉬움이었다. 이제 트렌드 주도는 TV가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AI를 활용해 특정 가수의 목소리로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게 만드는 콘텐츠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TV에서 유행을 따라 하는 순간 이미 유행은 지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입에서 직접 나온 적이 있었다. AI 노래 콘텐츠를 방송국에서 활용했다는 것은 자신들의 트렌드세터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정규 프로그램으로 다시 나왔을 때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총 2회의 파일럿 프로그램에 나온 가수와 MC에 소요되는 출연료가 상당해 보였다. 많은 이의 이목을 끌려면 유명한 가수는 무조건 섭외해야 하는 일이다. 매회 이들을 출연시키려면 부담이 클 것 같았다. AI를 잘 활용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AI를 활용한 가수의 목소리는 저작권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지 궁금하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PPL이 지나치게 나오지는 않을지 상상해 본다. 


그럼에도 <싱크로유>는 모두가 공감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그 가수만의 노래가 아닌 다양한 노래에 접목하려 했다는 점에서 공감과 새로움을 동시에 잡으려 한 방송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감은 단순히 다른 대상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아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고 그 감정을 공유하는 활동이다. 콘텐츠를 통해 이러한 공감 활동이 이루어질 때 대중은 콘텐츠를 즐기게 된다. 노래 예능은 작곡, 작사가나 가사의 사연을 온전히 공감하기는 쉽지 않지만, 가수의 노래를 통한 그 시절의 기억, 호소력 있는 가수의 목소리에서 오는 가수에 대한 기억 등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많은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노래의 힘이며 노래 예능이 끊임없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이제 앞으로 노래 예능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시청자에게 나타날까? 이제 인공지능이 노래를 부르는 수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곡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인간이 직접 작곡한 노래와 인공지능이 작곡한 노래의 대결, 누군가의 주법에 따라 음과 분위기가 바뀌는 악기처럼 여러 개의 인공지능이 나와 어떤 인공지능이 더 진자에 가까운 연주를 선보이는지를 겨루는 등 인간의 힘으로 노래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그 외의 것이 음악에 관여하는 방송이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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