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앱테크(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 중에 내가 하는 것은 설문조사 앱이다. 예전에 EBS에서 검소하게 사는 방법에 관한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출연자가 돈을 아끼며 사는 동시에 돈을 버는 수단으로 해당 앱을 활용하는 본 적이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주어진 설문조사를 완료하면 소정의 사례금을 받는데 이를 조금씩 모아 어느 정도 금액에 도달하면 내 계좌로 보낼 수 있다. 다양한 주제로 설문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할 거리도 많다 보니 대충 답변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참여하는 재미가 있다.
요즘 들어 설문조사에 참여할 때 아쉬운 것은 매번 참여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조사가 조기 종료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보통 50원을 받는데 이 금액이 아쉬운 게 아니라 내가 불필요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쉽다. 어떤 물건을 산 적이 있는지, 어떤 활동을 한 적이 있는지 등의 문항에 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는 순간 바로 조사는 종료된다. 늘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볼 때마다 내가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막상 내 삶을 돌아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기도 하다. 일하는 날에는 일하고 집에 돌아와 운동하거나 공부하고 쉬는 날에는 운동과 공부, 밀린 OTT 시청, 글쓰기. 이 정도가 다다. 남들 많이 한다는 동호회 활동 같은 바깥에서 시간 보내는 일이 별로 없다. 딱히 물욕이 강한 것도 아니다. 사고 싶은 것은 없고 줄이고 싶은 게 더 많아 조금이라도 필요가 없으면 중고 거래를 하려 한다. 내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여행을 동경하지만 금방 마음을 접어 버린다. 정적이고 채워진 것은 하나 없는 삶. 이러니 설문조사하는 이들에게 나는 매력이 하나 없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나는 왜 이리 단조로운 사람인가?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고 있을까? 그 고민은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내 머릿속에서 항상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다양한 것을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주변 사람과 비교하면 항상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경험이라는 이유로 억지로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데도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것을 좇았던 것 같다.
소소한 것이지만 라면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실 때마다 똑같은 것을 먹는 게 아니라 늘 새로운 것을 먹어보려 한다는 것. 겁이 나긴 하지만 모든 길은 통한다는 생각으로 익숙한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가보려 하는 것(하지만 길치라 금방 길을 잃어버리고 후회하는 때가 상당히 많다). 이런 것이 내가 즐기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다.
유경험자가 되고 싶어 아무리 발버둥 치지만 나는 여전히 경험하지 못한 게 많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냐고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그 정도면 많은 것을 경험한 게 아니냐고 내게 바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결론을 지었다. ‘원영적 사고’로 경험할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는 거라며 지금부터 즐기고 노력하면 되지.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생각, 뭔가에 쫓기듯 이것저것 하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깊이 있게 내가 하는 것들의 숙련도를 쌓자는 생각. 두 가지를 적절히 저울질하며 사는 것이 낫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