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요 - 철도 인생
대부분의 철도 업무는 근무 패턴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그래서 평일에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 공휴일에도 일하는 때가 있다. 나는 입사 이래 단 한 번도 평일에만 일하는 일근 업무를 맡은 적이 없다. 처음에는 남들 쉬는 때 일 나가는 것이 조금 피곤하고 아쉬울 때가 있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은 일에 익숙해지니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에 일을 하게 됐다. 일하지 않을 때도 특별한 일이 없었기에 크리스마스에 관해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출근하고 나니 괜스레 마음이 울적했다. 역의 풍경을 지켜보면 보통 어르신들이 자기 몸 크기만 한 짐들을 바리바리 챙기고 움직인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젊은 사람들도 양손이 무겁다. 그들을 바라보니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 괴리감이 들었다. 어쨌든 모든 승객을 편히 모신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뿌듯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메말라 가고 차가워지는 마음을 촉촉하고 따뜻하게 하려고 적정 습도와 온도를 찾아 조절하기는 어려웠다.
어떻게든 정신과 마음을 부여잡고 일하는데 방학역에서 누군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차장이 있는 운전실로 오는 사람의 대부분은 열차의 가는 곳을 묻거나 자기가 가야 할 길을 묻는 때가 많다. 천천히 조심스레 다가오는 등의 기척을 보이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만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대뜸 큰 소리로 말을 거는 사람이 대다수라 놀랄 때가 많다. 심지어는 욕을 하는 사람도 있어 응대하기 싫을 때도 있었다.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에 준비할 수 있었지만, 그럴 생각도 못 했다면 똑같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어떤 할머니께서 나를 찾아온 것이었는데 그 할머니는 내게 손을 내미셨다. 손에는 작은 사탕 2개가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운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다고 말하며 사탕을 받았는데 그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는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앞서 말했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응대하고 싶지 않아 조금 피해 있었기 때문이다. 지레짐작으로 회피하려 했던 것이 할머니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내 노고를 인정해 주기를 바란 적은 없었다. 업무를 맡은 이상 당연히 내가 할 일이고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고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로 생각했다. 자기 돈을 내고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여길 줄만 알았다. 그것은 편협한 생각이었다. 만나지 못했을 뿐 내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그렇게 당연히 여기며 별생각 없이 이용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공공 수단을 이용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때 등 내가 그 비용을 내니까, 모두가 사용하는 거니까, 나는 그중의 일부일 뿐이니까. 감사함을 느끼기보다 내가 더 대접받기를 바랐다. 알게 모르게 나는 갑이라는 생각으로 행동했을 것이다. 쉽게 바뀔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것조차 누군가의 노고로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번 일로 허탈함으로 일을 시작한 이번 크리스마스는 따뜻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