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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Feb 10. 2020

영화를 통해 바라본 인천

인천이 그렇게 무서운 곳은 아닙니다

‘초두현상’은 심리학에서 나온 현상으로서 처음 제시된 정보 또는 인상이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일관성 있게 받아들이려 하는 성질이 있다. 처음 입력된 정보가 긍정적이라면 나중에 입력되는 정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로 처음에 입력된 정보가 부정적인 것이면 나중에 받아들이는 정보도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만큼 이미지가 주는 힘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군산을 좋아한다. 첫 번째로 맛있는 빵이 많은 빵집 ‘이성당’이 있어서. 그리고 참 좋아하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촬영한 장소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어느 겨울 내일로 여행으로 군산 땅을 밟고 초원 사진관을 향할 때 한석규가 내 귀에 노래를 불러주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그 OST가 들려왔다. 영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군산에 대한 이미지는 아련하지만 포근하고 소박한 일상의 느낌이었다. 황정민이 나온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어떠한가. 내일로 여행할 당시 어느 은행에서 영화 촬영지였다고 홍보하는 은행도 있었다.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을 소재로 하거나 제목으로 한 영화는 많았다. 장률 감독의 지명을 제목으로 한 영화 <이리>, <경주>, <군산>이나 전도연이 칸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 그중 가장 과격한 영화가 많은 지역을 찾아보라면 단연코 인천이 꼽힐 것이다.


영화 속 인천의 이미지는 참으로 안쓰럽다. 인천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고 길을 걸으면 왠지 어둡고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나올 것 같고 긴장감 돋는 음악이 귀에 울릴 것만 같다. 김구라, 염경환, 지상렬, ‘리듬파워’의 행주, 보이비, 지구인만큼 인천을 외치는 토박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태어나고 얼마 안 돼 이사와 한 곳에서 30년을 살아온 준 토박이로서 인천에 대한 평가는 참 슬프다. 


차이나타운


보통 인천은 범죄 요소가 가미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거칠고 위험한 동네로 표현된다. 황정민이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 <신세계>의 배경은 서울이다. 하지만 황정민이 최민식이 심어 놓은 스파이를 찾아내 잔인하게 제거하는 곳은 인천의 어느 부두다. 김혜수와 김고은이 출연한 영화 <차이나타운>은 제목 그대로 차이나타운이 중심이다.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적출한다. 차이나타운하면 떠오르는 것은 짜장면인데. 짜장면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천을 범죄도시로 여길 것만 같다. 실제로 인천역 출구를 나와 차이나타운을 거닐면 영화와 같은 느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무뢰한


영화 <무뢰한>은 어떠한가.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일하는 김남길이 사건을 파헤치려 전도연과 마약이 있는 인천을 찾는다. 보고 나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영화 <파이란>에서 건달 최민식이 활동하는 장소도 인천이요. 나홍진 감독의 <황해>, 임창정이 출연한 <공모자들>, 인천 세관에 숨겨진 돈을 훔치는 <기술자들>의 범죄도 인천에서 일어난다. 이 정도면 인천은 범죄와 살인의 도시로 확정 지어진 기분이다. 왠지 인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연장은 잘 다뤄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바다와 가까워 밀수, 밀매, 밀항 등 자주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그것만으로 인천이 다 표현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아 섭섭하다. 영화 외에도 <짱>을 비롯한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인천의 모습은 주먹깨나 쓰는 협객들이 사는 동네로 묘사된다. 실제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 인천에서 왔다고 하면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서는 프로 파이터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이제는 폭력적인 것도 모자라 경제적인 것까지 이미지가 안 좋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의 “이혼하면 부천에 살고 망하면 인천에 산다”는 ‘이부망천’ 발언 이후 잘 못사는 동네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시민들이 우스개소리로 셀프디스를 하는 것도 다반사다.


고양이를 부탁해


마계인천, 이부망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인천에 대한 이미지는 최대한 순화해서 거친 곳 그 자체다. 아쉬운 마음에 인천에 대한 조금 다른 느낌의 영화는 없나 싶어 찾아봤더니 <고양이를 부탁해>가 나왔다. 동인천이 주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10대 소녀 성장 이야기가 번화가에서 조금씩 하락세에 접어든 그 당시 동인천의 배경과 절묘하게 맞물리는 영화다. 이 영화만으로 인천의 분위기를 설명하기에는 인천도 땅이 넓고 영화가 조금 오래되었지만, 유혈이 낭자한 것보다는 새롭다.


이제 인천에서도 조금 색다른 이야기가 나오기를 바란다. 따뜻한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곳인데. 자유공원을 거니는 노부부 이야기, 인천 어딘가에서 근무하는 역무원의 사랑 이야기(내 이야기 아님) 등등. 시나리오는 넘친다. 이제 너무 범죄 영화에 눈이 익숙해져서 마냥 행복한 이야기가 적응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극한직업>으로 대박 난 이병헌 감독이 인천 출신이라고 알고 있는데 인천을 소재로 한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를 한 번 만들면 좋겠다.


인천의 이미지가 바뀌는 그 날을 기대하며 구호를 외쳐본다. 


할 수 있어. 인천. 인천유나이티드 파이팅.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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