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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Dec 28. 2019

가정이라는 무대에서

부부라는 배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이 세상은 무대이며 모든 남자와 여자는 배우이다. 그들은 각자의 배역에 쫓아서 등장했다가는 퇴장하지만, 사람은 한 평생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한다.”는 말을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은 사회학적 관점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라는 비유를 사회이론으로 만들었다. 사회라는 하나의 무대에서 인간은 각자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이다.


<결혼 이야기>


연기자가 다양한 연기를 펼치듯 인간은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다른 역할을 연기한다. 직장 상사, 동네 이웃 등 대하는 사람마다 각각 다른 사회적 가면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인상관리를 한다. 고프만은 인간은 배우들처럼 무대 뒤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무대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잠시 숨을 돌리듯 모든 인간 역시 이 공간에서 타인 앞에서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버리고 나의 진정한 모습을 보이며 일종의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담 드라이버


부부는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있는 공동체이지만 남과 남이 결합한 혼합물이다. 처음부터 함께한 것이 아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인 형제나 부모·자식은 서로의 피를 나눈 사이이고 오랜 시간 하나의 문화 속에서 같이 지냈기 때문에 사소한 갈등이 일어나도 상처를 회복하기가 수월하다. 아무리 사랑의 힘을 외쳐도 서로 다른 문화가 결합한 부부는 다툼이 잦을뿐더러 그 회복이 쉽지 않다. 같이 사는 부부 사이에도 가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부부들에게는 해소할 공간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남편과 아내로서 가면을 벗어버릴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배우들에게는 오히려 가장 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이 연기해야 하는 숨 막히는 곳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스칼렛 요한슨


공개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혼 사유 중 하나는 ‘성격 차이’다. 서로의 장점을 알고 있음에도 가면 속의 무언가가 드러나고 그게 서로 맞지 않으면 흠이라 여기며 틀어져 버린다. <결혼 이야기>의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찰리(아담 드라이버)도 부부다. 가면은 웃고 있지만 조금씩 쌓이는 앙금은 결국 가면 속에 숨길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균열이 생겨버린다. 그리고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끊고 나서야 서로 흠보다는 좋았던 것들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된다.



영화 속 두 배우는 가면을 쓰고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같지 않다. 가면 속 모습을 감추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진짜 부부 사이처럼 말이다. <결혼 이야기>는 창을 통해 영상으로 보는 영화보다는 아주 가까운 무대 위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그래서 그 가면의 모습들이 더 깊이 다가올 수 있었던 하나의 일상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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