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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Nov 29. 2019

여행 가이드북의 용도

또 다른 길잡이

대개 여행을 준비하면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책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곳의 문화, 맛집, 아름다운 장소 등을 알아보고 일정을 계획하게 된다. 이제 여행은 이제 새로운 것을 직접 찾는 것이 아닌 누군가 찾아준 곳을 가는 게 되어버렸다. 정보가 많아 뭔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여행지가 낯설지 않다. 우리는 누군가의 시선과 정보의 영향에 가려진 채 보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 오히려 편견이 생기기도 한다.


그린북


하지만 영화 <그린 북>에서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의 여행은 다르다. 누군가 찾아준 곳을 따라감에도 새로움을 경험해야 한다. 그것도 불쾌한 새로움을 말이다. 돈은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을 고용하고 8주간의 남부 전역 순회공연을 떠난다. 흑인 여행자들이 출입 가능한 숙박 시설, 음식점을 지역별로 모아놓은 책인 ‘그린북’을 활용하며.


비고 모텐슨


순회공연 길 곳곳에 있는 인종차별은 돈을 괴롭힌다. 정장을 사기 전에 입어볼 수도 없고, 백인과 다른 화장실을 써야 하는 등 홀대의 연속을 겪는다. 이미 만연한 사회적 영향 속에서 변화는 쉽지 않다. 영화는 인종차별의 역사만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인종에 대한 편견이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마허샬라 알리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가. 영화는 어느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하기를 말한다. 인종, 성별, 성격, 재산, 능력 등등 어떤 특징에 집중한다면 편견이 생기기 쉽다. 그 편견에서 금방 벗어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은 끊임없이 다투면서도 서로에게 솔직히 표현한다. 그들은 서로 인간으로서 토니 발레롱가와 돈 셜리를 보여준다. 그래서 비가 온 뒤 땅이 굳듯 상대에 대한 이해가 점점 깊어질 수 있었다.



여행 초반에는 돈은 <그린 북>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이나 점점 그 책을 보는 횟수가 줄어든다. 여행 가이드는 해답지가 아니다. 최소한의 정보가 들어 있는 책일 뿐이다. 그것은 여행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내가 가진 특징도 마찬가지다. 나를 알 수 있고, 이해시킬 수 있는 정보일 뿐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알려줄 수 없다.


그린 북은 누군가의 여행 가이드 책뿐만 아니라 인간의 편협한 시선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가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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