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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Mar 05. 2020

한국인의 입맛에 딱

고추장 먹은 여왕님

퀸의 전기 영화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총 관객 수 9,948,386명을 기록하며 상업적으로는 성공했다. 하지만 명작이라 할 만큼 작품성이 있다기보다는 허술함이 많이 보이는 영화였다.


보헤미안 랩소디


우선 스토리부터 2시간가량의 짧은 시간에 퀸의 모든 것을 압축하기는 쉽지 않았다. 완벽하게 모든 이야기를 다루려 했다면 적어도 상, 하편이라든지 트릴로지 정도로 나왔어야 했을 테니까. 영화의 전개는 너무 순식간이다. 시간과 장소를 보여주는 자막이 나와 시대를 가늠할 수 있지만 그들의 성공 가도를 달리는 모습이 마치 1달도 안 돼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또 프레디 머큐리에 비해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가 너무 적다. 프레디 머큐리라는 사람 자체가 다른 이들보다 더 스펙터클하게 살았다지만 퀸의 전기라고 하기엔 나머지 멤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라기보다는 프레디 머큐리 솔로 앨범 수록곡인 <I was born to love you>로 영화가 나왔어도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가 역사적 사실은 제대로 반영했는가? 그렇지 않다. 영화는 극의 전개를 위해 많이 역사를 많이 왜곡했다. 갈등을 만들기 위해 프레디 머큐리가 솔로 앨범 작업 때문에 팀과 다투게 한다. 또 감동 요소를 부여하려고 실제로는 1987년도에 머큐리가 알게 됐다는 에이즈 감염 사실을 1985년 라이브 에이드 전으로 설정해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계속 들리는 퀸의 히트곡, 퀸의 멤버와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이는 배우는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브라이언 메이와 똑같이 생긴 귈림 리나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완벽하게 재현한 라미 말렉은 보는 이의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퀸은 전 세대를 겨냥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영화가 엄청난 관객을 이끌려면 전 세대의 인기를 얻어내야 한다. 10대나 20대, 넓게 잡으면 30대 정도까지는 퀸을 잘 모를 것이다. 나 역시 퀸을 직접 본 적 없고 잘 모른다. 내가 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무대는 코미디 프로그램 한 코너였던 ‘허리케인 블루’에서 개그맨 이윤석과 김진수가 립싱크한 모습이다. 퀸을 모르더라도 퀸의 노래는 우리 귀에 익숙하다. 방송이나 CF를 통해서 종종 퀸의 노래가 나온다. 영화를 보며 ‘어? 이 노래도 퀸 노래였어?’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그런 반가움과 흥미가 더 이 영화에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40대 이상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자신이 알고 있던 퀸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했을 것이다. 퀸과 조금이나마 가까웠던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지극히 우리나라 정서에 잘 맞았다. 영화 이야기를 간추리자면 이러하다. 재능 있는 주인공이 멤버들을 만나다 고생길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과감한 도전으로 성공한다. 하지만 성공에 취해 서로 갈등을 겪는다. 주인공 주변에 있던 조력자들이 실망해 떠나고 주인공은 몸이 아프다. 다 무너져갈 무렵 주인공은 영광의 순간에 누가 있었는지 기억해내고 조력자들을 찾아 용서를 구한다. 다시 뭉친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최고의 무대를 꾸민다. 그리고 자막으로 후일담.


처음에 웃기다 갈등이 벌어지고 마지막에 코끝 찡하게 만드는 전개,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을 달성한 그 전개가 그대로 나온다. 이 익숙하지만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전개가 사람들을 더욱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시한부 인생의 사람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단호한 결의로 극복해 혼을 불태우며 부르는 열창, 몸이 다 망가졌지만, 무대와 공연을 즐기는 경이로움. 관객이 감정 이입하며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처럼 뜨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필살기였다. 



무난한 기승전결에 진짜 무기인 퀸의 음악이 섞인 이 영화는 명작이라고 하기는 아쉽지만 성공했다. 퀸은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재조명됐고 노래 차트도 역주행을 이끌었다. 영화의 높은 관객 평점은 이 영화가 부족함이 많지만, 사람들이 호감을 느낀 영화라는 걸 증명한다.


이 영화의 여운을 더 누리고 싶다면, 퀸이 더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BBC Queen Days Of Our Lives>를 보자. 보헤미안 랩소디의 부록처럼 느껴질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한국어 자막도 나오고 좋다. 라이브 에이드 실제 모습도 보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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