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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Nov 10. 2020

2019 올해의 상상상

다사다난(多事多難). 늘 그렇듯 한해를 정리할 때 따라다니는 표현이다. 올해도 다사다난했다. 많은 이슈가 있었던 만큼 다양한 인물이 등장했다. 그중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인물, 대상, 이슈에 상을 주려 한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을 테고 석연치 않은 판단과 평가로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미리 얘기하지만, 역사와 전통이 없을뿐더러 전문가의 의견이나 다수의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이뤄진 게 아니기에 권위성과 전문성, 정확성 모두 떨어지는 시상식이다. 부문 구성과 수상자 선정 모두 글쓴이의 재미와 관심으로 이루어진 시상식이니 마음 편히 감상해보자.


<올해의 예능인 – 박나래>  

2018년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어도 큰 반발은 없었겠지만, 경쟁자였던 이영자도 강세였기에 수상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상 실패가 오히려 득이 되었다.  맡는 프로그램마다 안정적인 착륙을 일궈냈다. 넷플릭스에서 본인 이름을 건 스탠딩 코미디 쇼를 방송했고 tvN에서도 연말 특집 단독 쇼를 만들 정도로 스타 파워를 보여줬다. 활력만 외치며 양쪽 사타구니만 치다 사라질 수도 있었지만 쌓인 경험을 낭비하지 않고 잘 사용했다. 2015년 신인상, 2016년 우수상, 2017년 최우수상, 2018년 올해의 예능인상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간 것도 2019년 대상 수상을 더욱 빛나게 했다.


<올해의 신인 예능인 – 장성규>    

JTBC <아는 형님>에 ‘장 티처’로 출연하다 프리를 선언, 유튜브 채널 <워크맨>으로 대박을 냈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MC로 활약하며 본인이 밀고 있는 ‘여러분의 MC’라는 칭호를 향해 한 걸음씩 달려가고 있다. 방송에서 위험 수위를 넘을 것 같은 아슬아슬한 행동이나 화법으로 ‘선넘규’라는 별명도 얻고 있다.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한순간 몰락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더 오랜 시간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촐랑대는 이미지만 계속 밀기보다 이를 자신이 가진 캐릭터 중 하나로 설정에 성공한 전현무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올해의 동물 - 펭수>    

말 그대로 파죽지세. 유소년, 교육 채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EBS에서 대박을 이뤄낸 <자이언트 펭 TV>에 출연 중인 펭귄. 유튜브라는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일의 앞장섰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연습생이라는 밑바닥 컨셉에서 순식간에 구독자 수를 늘려가며 지상파, 종편할 것 없이 장악하며 스타로 거듭났다. ‘남극 펭, 빼어날 수’ 이름 뜻 그대로 빼어난 모습을 보이면서 2019년 핫 스타가 됐다. 올해의 예능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동물이라는 점과 시상식을 할 때마다 별의별 상을 만들어 아무도 서운하지 않게 하려 애쓰는 지상파 방송사를 본받아 동급의 상을 주기로 했다.


<올해의 트로트 가수 – 송가인>

올해는 트로트가 대세였다. 트로트 버전 <슈퍼스타 K>였던 TV조선 <미스 트로트>는 예능 약세이던 TV조선과 어르신들의 전유물인 트로트 시장의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는데 송가인이 효녀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 많은 대동강’, ‘용두산 엘레지’,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의 노래를 부르며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고 많은 이가 한 서린듯한 목소리에 눈물을 흘렸다. 덕분에 무명 가수였던 송가인은 스타덤에 오르며 1위인 ‘진’에 오르는 쾌거를 해냈다. 신인급 연예인이 대개 그렇듯 예능감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예능 적응도 어렵지 않게 해냈다. 송가인이 출연하는 방송은 시청률이 3% 이상 오르는 막강한 팬심까지 자랑해 당분간 섭외요청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아이돌 가수 – 방탄소년단(BTS)>

부문을 나누지 않아도 올해의 가수가 가장 유력한 아이돌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음악 시장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월드 투어를 통해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사우디아라비아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공연했다. 앨범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은 세계 음원 차트와 시상식을 휩쓸었다. 노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빌보드 차트 핫 100에서 8위에 올랐고. 빌보드 200에선 1위를 차지했다. 2019년은 방탄소년단(BTS)의 해였고 한동안 방탄소년단의 해일 듯하다. 


<올해의 신인 가수 – 유산슬>

데뷔하자마자 거물이 된 신인 트로트 가수. 2019년 상반기 송가인이 돌풍을 일으켰다면 2019년 하반기는 유산슬이 그 중심에 있었다. 전 세대의 트로트 관심을 이끄는데 한몫했고 잃어버린 MBC 토요일 저녁 예능 시청률을 회복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MBC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가수 유산슬 덕분에 중화요리에서도 소외되었던 음식 유산슬 매출이 올랐다고 하니 앞으로 유산슬의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보는 이가 더 늘어날 것이다.


<올해의 재기상 – 양준일>

유튜브가 살려낸 탑골공원 GD 양준일. 당시에는 파격적인 패션과 음악, 춤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어린 세대에게 오히려 인기를 얻으며 강제 소환됐다. 과거의 미운 오리 새끼는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지만 백조가 되어 돌아왔다. 50대임에도 동안을 자랑하는 그는 광고 촬영, 팬 미팅 등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디 재기에 그치지 않고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올해의 스포츠인 - 류현진>

2019시즌 전 FA가 될 수 있음에도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이고 심기일전. 2019시즌 전반기 평균 자책점 1.73을 기록하고 올스타전에 선발투수로 나올 정도로 활약했다. 리그 최고 투수상인 ‘사이영상’ 수상 분위기까지 갔지만, 후반기 두 경기에서 대량의 실점을 거듭하며 아쉽게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0시즌을 앞두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FA 이적하면서 계약한 금액은 4년 8,000만 달러. 본인에게 생소한 아메리칸 리그에서 뉴욕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탬파베이 블루제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을 상대해야 하지만 2019시즌이 반짝 활약한 것이 아니라면 준수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 KBS 축구 예능 <날아라 슛돌이> 출신이자 U-20 월드컵 대한민국 준우승의 주역이자 골든볼 수상자인 이강인도 올해를 빛낸 스포츠인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종목은 다르나 시즌 경기의 활약을 두고 봤을 때 류현진이 수상에 더 적합했다. 손흥민도 아쉽게 후술할 내용을 이유로 수상자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의 찰과상 - 손흥민>

2018/19시즌 48경기 출전 20골 9도움으로 상당한 활약을 펼치며 소속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도 올랐다. 예전에는 교체에 불만을 가지며 물병을 걷어차거나 안 풀리는 경기 동안 인상을 찌푸리며 멘탈이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시즌을 거듭할수록 훌륭한 경기 태도와 팬서비스로 축구 팬들에게 성장했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 이미지에 찰과상을 입힌 결정적인 원인이 있으니 2019년 받은 레드카드가 3장이라는 것이다.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깊은 태클로 상대 선수 안드레 고메스가 골절상을 당했고 손흥민은 충격에 울며 퇴장당했다. 다음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하며 사과 세리머니로 까임 방지권을 얻는 듯했으나 첼시와의 경기에서 상대선수 안토니오 뤼디거의 복부를 발길질하는 모습을 보이며 또다시 퇴장당했다. 퇴장당할 때 지은 충격받았다는 표정은 이제는 연기가 아니냐며 조롱을 받기도 했으니 앞으로 안정적인 카드 관리와 훌륭한 경기력으로 낙인을 지워야 할 것이다.


<올해의 국내 영화 – 엑시트>    

천만 관객까지 달성하지 못했지만 942만 명이나 본 이 영화는 재난 영화지만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 길게 서사를 끌지 않고 속도를 유지한다.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오는 일,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는 일 모두 일어날 수 있지만 <엑시트>가 가장 우리 생활에 가까운 장소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분명 스타이긴 하지만 초대박 흥행을 이룬 적 없는 조정석, 임윤아 두 사람이 주연을 맡았다고 했을 때, 재난 영화라는 말을 듣고 지금까지 나온 재난 영화와 다를 바 없을 거란 생각을 했을 때 이 영화의 성공을 예상하지 않았다. 그걸 보기 좋게 깼다는 점에서 올해의 영화상을 수여 한다. 


※ 영예의 2019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2020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의 주인공인 <기생충>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한 해를 보냈다. 다른 훌륭한 상도 많이 받았고 더 많이 받아야 하는데 계간 익주의 상까지 받을 필요가 없다. 


<올해의 외국 영화 - 어벤져스 엔드게임>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더 적합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성 등 일반적인 평가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생각하려 한다. 만화 콘텐츠였던 마블을 영화화해 10년간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큰일을 해냈다. 앞으로도 다양한 마블 영화가 등장할 텐데 차기작들이 다 망해버려 이 영화가 가장 찬란했던 영광의 순간으로 남을 수도 있다. 물론 더 나은 대작 등장해 후세대를 위한 출발선이 되었다고 회자될 수도 있으니 지켜볼 일이다.


<올해의 드라마 – 열혈사제, 동백꽃 필 무렵>

잘 나가는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는 몰입성이다.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에는 탄탄한 스토리 진행도 있겠지만 드라마가 얼마나 캐릭터를 잘 살려냈냐는 점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주연, 조연, 악역 가릴 것 없이 각자의 개성을 잘 살려낸 드라마를 찾는다면 올 상반기에는 SBS <열혈사제>, 하반기에는 KBS <동백꽃 필 무렵>이다. 두 드라마 모두 시청률 20%를 넘는 성공을 거뒀고 연말에도 많은 상을 받았다. 한 편의 드라마기는 아쉬워 공동수상을 남발하는 연말 지상파 방송국 시상식의 성향을 따라 두 드라마 모두에 올해의 드라마상을 수여한다.


<올해의 주작 – CJ>

CJ에서 거대한 주작이 날아올랐다. 문화를 선도한다던 CJ가 시청자를 멘붕과 분노에 빠트렸다. 서바이벌 경연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담당 PD가 기획사들로부터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PD와 총괄 프로듀서(CP)는 업무 방해·사기·배임 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어떤 멤버가 조작으로 팀에 합류했는지 상세히 나와 있지 않기에 팀 멤버끼리도 마피아 게임 버금가는 눈치싸움을 하고 있지 않을까. 팬심으로 팀을 편성시켰다는 뿌듯함은 한순간에 배신감으로 바뀌어버렸다.


<올해의 치명상 – 조국>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후 대한민국은 ‘조국 반대’와 ‘조국 찬성’으로 갈렸다. 취임 후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의혹, 자녀 표창장 조작과 불법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이 제기돼 자진 사퇴했다. 젊고 유능하고 깨끗한 교육자 이미지였던 조국 본인도 치명상을 받았고 국가 또한 보수와 진보가 서로 더 심하게 물어뜯는 대립으로 인해 치명상을 얻게 됐다.


<올해의 침상 – 황교안>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며 단식 시위에 나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많은 사람이 만류했으나 강추위를 이겨내고 시위를 진행했다. 하지만 며칠 못가 병원에 입원하며 시위는 마무리됐다. 황 대표의 천막에는 당직자들을 24시간 배치되어 있었고 텐트에는 온갖 전열 기구를 설치했다. 그야말로 황제 단식, 아늑한 침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침상을 수여 한다.


<올해의 밥상 – 타다와 택시업계>

혁신이냐 불법이냐를 두고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택시업계와 갈등을 겪고 있다. 택시업계는 타다의 영업 중단을 주장하고 있고 스타트업계 내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앞으로 산업 발전을 막고 있다고 호소 중이다. 양보 없는 밥그릇 쟁탈 때문에 올해의 밥상을 타다와 택시업계에 수여 한다. 


<올해의 치료 상 - 백종원>

성공한 요식업계 종사자,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슈가 보이로만 여겨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요리 관련 예능을 통해 지역 상권 활성화, 각종 요리 개발 및 전파에 힘을 쓰며 여럿 살리고 있다. <골목식당>을 통해 결국 수입을 얻는 이는 백종원에게 도움을 받은 여러 식당이지만 백종원이 팔아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음식뿐만 아니라 식당 주인들의 잘못된 마음가짐까지 변화시키는 백종원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치료 상을 받아야 한다.


<올해의 기상(氣象) - 김지은>

연합뉴스TV에서 빼어난 전달로 매일 ‘리즈 시절’을 갱신하는 기상캐스터다. 내용을 전달할 때 국어책 읽는 느낌이 들지 않고 안정적이면서도 날씨에 따라 다른 분위기와 표정은 짧은 시간의 날씨 뉴스를 보는 이들의 눈을 떨어지지 않게 한다. 감히 전설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의 감상 – 씨름>

“이 좋은 걸 할아버지들만 보고 있었네.” 유튜브에 올라온 씨름 경기를 본 사람의 댓글이었다. 80~90년대 흥행물, 어르신들의 전통 스포츠로 여겨지던 씨름이 다시 한번 인기를 얻고 있다. 근육질의 힘 좋은 장사들이 맨몸으로 얽히고설켜 서로를 넘어뜨리려는 소문은 이미 입소문을 타 많은 이들이 온·오프로 경기를 찾게 했다. KBS에서도 <씨름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씨름 흥행을 돕고 있다. 누군가만 즐기는 게 아닌 모두가 즐겨보는 스포츠가 되길 바라며 올해의 감상을 씨름에 전한다.


<올해의 급부상 – 카피추>    

산에서 산다는 노래하는 아저씨. 하지만 그의 과거를 들춰본다면 <노브레인 서바이벌>에서 성식이 형. <나도 가수다> 천엽으로 활동했던 ‘짜증송’의 창시자 추대엽이다. 꾸준히 노래 개그를 밀던 것이 말 그대로 ‘떡상’했다. MBC 출신 개그맨들은 연기력이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정성호, 정이랑(구 정명옥)처럼 추대엽이 빛을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이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노래 레퍼토리가 늘어갈수록 캐릭터가 지겨워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다른 콘텐츠 개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올해의 공로상 - 대학내일>

꾸준히 대학생들에게 정보와 재미를 주던 대학내일이 종이잡지 출간 중단을 선언했다. 계간 익주 편집장에게 잡지를 만들고 싶게 한 장본인 중 하나이기에 이 선언은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1999년부터 열심히 달려온 대학내일에 공로상을 수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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