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계간 익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칸다 포에버 Nov 22. 2020

자이언트 펭 TV의 인기 분석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 TV>로 데뷔한 펭귄 연습생 '펭수'는 아무리 그래도 EBS인데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감한 태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아무렇지 않게 회사 사장님의 이름인 ‘김명중’을 외치고 사소한 일도 매니저를 부르며 일을 시킨다. 다른 연예인이라면 인성 논란에 휩싸이며 욕을 한 바가지로 먹을 텐데 오히려 유튜브 구독자 수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관련 상품들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펭수는 외모만 보면 EBS 출신이 아닌 것 같다. 인기를 끌었던 회사 선배 뽀로로가 작은 체구와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 대중은 펭귄 캐릭터는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펭수는 정반대이다. 키가 2m 10cm의 장신이고 눈만 보면 섬뜩하다. 동족인 펭귄들도 펭수를 기피할 정도니, 인간들의 눈에도 비정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외모마저 사랑받고 있다.


자이언트 펭 TV의 인기 요인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반전의 연속’이다. 펭수는 ‘아마 그럴 것이다’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벗어나 버린다. 어떤 반전이 있는지 알아보자.


1. 연령의 반전

펭수는 어른 같은 어린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을 들었다 놨다 하는 언변과 행동이 예사롭지 않다. 펭수가 사용하는 단어와 추임새, 그 속의 감성은 10세의 나이인데도 학부모, 직장인들의 동년배로 느껴진다. 어린이 팬만큼 30·40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이다. 마치 사람 같아 펭수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이가 의심했지만, X-RAY 사진을 통해 조류임을 증명했다. 이런 의혹을 모두 벗은 펭수는 방송사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2019년 지상파 방송국 대통합을 이뤄낸 이는 펭수와 유산슬 단 둘뿐이다. 


2. 방송의 반전

에피소드 구성, 자막의 감성이 어른들이 더 흥미 가지게 되어있고 예능에 가깝다. 교육 방송 EBS에서 예능을 시도하면서 사람들의 편견은 무너졌다. ‘감히 교육 방송에서 저런 장난질을 해?’가 아닌 PD가 그동안 예능 만들고 싶은 욕구를 참느라 고생했다며 오히려 토닥여준다.


일반적으로 EBS가 시도하는 예능에 가까운 방송은 예능 요소가 들어 있는 교양, 어린이 방송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능에 어린이와 교양이 가미된 느낌의 방송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교육이라는 장르에 머무르면 타깃 시청자는 어린 세대 위주로 제한되지만, 예능이라는 장르를 활용하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 구독자가 많을수록 좋은 유튜브 특성상 타깃을 한정하지 않는 예능을 장르로 택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EBS는 예능을 제작하고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것에 최적화된 방송국일 수도 있다. TV와 친하게 접한 유년 시절을 보낸 지금의 성인이라면 한 번은 겪었을 채널이기 때문에 누구나 익숙하고 거부감이 덜하다. 교육 채널로 여겼을 EBS가 이전과 다른 방송을 하기에 더 눈길이 간다. 


3. 현실의 반전

펭수는 서열 구조상 가장 낮은 위치인 연습생이지만 언제나 힘이 넘친다.  PD, 사장에게 거침없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어른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항상 천방지축 철없이 굴 것만 같은데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다. 이 펭귄은 위로에도 능하다. 남을 돌보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현실 사회에서 펭수의 위로의 말은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을 울린다. 


“힘든데 힘내라 이것도 참 어려운 일이거든요.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전 응원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펭-러뷰♡”


거대한 펭귄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열광한다. 펭수가 등장한 영상을 캡처해 ‘짤’로 만들어 카카오톡 등에서 사용하고 펭수의 사인회에 참석해 사인을 받고 각종 선물을 조공한다. 이 대세 펭귄에 정부, 기업도 주목하고 있다. 이미 내년 일정도 꽉 찼다고 하니 쉽게 만나지 못할 거물을 EBS는 소유한 셈이다.


펭수 덕분에 EBS는 교육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반전의 요소를 가진 젊은 방송사가 됐다. 만약 뽀로로와 비슷한 어린이 캐릭터 개발에만 치중하고 그런 방송만 만들었더라면? EBS와 펭수를 사랑하는 팬 모두 큰 복을 놓쳤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펭수 명언 모음

“원래 뜨끈한 것을 먹어야지 마음이 편해지는 겁니다.” 

“공부는 많이 해도 좋지만, 너무 많이 해도 안 좋다.” 

“부정적인 사람들은 도움 안 되니 긍정적인 사람과 얘기하세요.” 

“원래 그래. 특별하면 외로운 별이 되지.” 

“일단은 다 잘할 수 없어요. 펭수도 달리기는 조금 느립니다. 허나 잘 못 한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잘하는 게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걸 더 잘하면 돼요.” 

“주변 눈치를 보고 있구나.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라. 눈치 챙겨!!!”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2019 올해의 상상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