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에서 일하고 난 후 소회

노동요 - 철도 인생

by 와칸다 포에버

이제 2026년 5월이 되면 본부에서 일한 지 1년이 된다. 그동안 일하면서 업무적으로도 배운 것이 많았지만, 회사라는 사회에서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는지 생태 파악도 할 기회가 많았다. 내 관점으로 바라보고 느낀 것이기에 편협하거나 선입견으로 바라봤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 혼자만의 불만이라고 여겨지거나 특정 누군가를 지적하는 내용은 다루지 않고 전체적인 모습 안에서 내 생각을 적고자 한다.


본부는 업무 외 내부 연합과 배신 등 정치가 난무하는 곳이다. 쉬운 일만 하는 업무, 힘든 일이 많은 업무 등 편중이 심하다. 그런데도 누군가와 군대 이야기를 하면 자기가 나온 부대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듯 자기 업무가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내 업무가 쉽다고 인정하는 일은 드물다.


내 업무를 덜어내고자 상급자에게 누군가에게 내 업무의 일부를 부여하라고 건의한다. 건의라고 말하기도 아깝다. 장난감 사달라고 하는 어린이처럼 졸라댄다. 식사, 술자리 등 여러 자리를 통해 로비가 오가고, 상급자는 어떤 계기가 됐든 자신이 좋아하는 직원을 더 도와주려 하며 그들의 업무를 덜어주고자 눈에 들어오지 않는 직원에게 일을 더 맡긴다. 힘없는 직원은 더 일하게 된다. 인사에도 이런 경향이 있는데 승진이나 표창 등 갖은 혜택이 쏠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서 안에 팀의 인원수 편차가 있다. 그런데 인원 적은 팀의 업무가 적은 게 아니다. 나는 지금 2~3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 도맡고 있다.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일을 못 해야 더 안 시키는데 어떻게든 해내면 더 일을 시킨다고. 일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원래 나는 하나를 해내고 다음에 남은 하나를 해내는 형식으로 일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어떤 하나를 마무리 짓기가 쉽지 않으니 병행하는 형식으로 업무 방식이 바뀌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느 하나도 제때 해결할 수가 없다.


나는 핸드폰을 업무 중에 본 적이 별로 없다. 아침에 출근하고, 점심 식사할 때, 퇴근길에. 이렇게 세 번 볼 때가 많다. 오전 9시에 일하다 순식간에 오후 6시가 된다. 그만큼 다른 일에 신경 쓸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핸드폰도 아닌 회사 컴퓨터로 쇼핑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불평을 쏟는 모습을 보며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생각할 때가 많았다. 앞에서는 웃으며 안부를 묻지만, 뒤에서는 서로 일을 자기 일을 떠넘기려고 애쓴다.


본부가 일이 많은 이유는 위라고 할 수 있는 본사, 아래라고 할 수 있는 현장의 협조가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본사도 내가 알지 못하는 업무가 많겠지만, 본부와 협력하기보다 해달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요청하는 게 많다. 자료를 달라고 하는 것도 며칠 전, 몇 달 전에 달라고 했던 것을 또 달라고 한다. 잘 모아놓고 갱신만 해도 될 자료인데 말이다. 요청하니 주기는 하지만 그 자료를 기다리는 동안에 이들은 뭐 하는지 궁금하다. 그런 사람들이 점심시간은 칼 같이 지키는 일이 허다하다.


현장도 마찬가지다. 이쪽도 자료를 계속 잘 모아놓고 갱신만 하면 되는데 그러지를 않는다. 맨날 똑같은 것을 달라고 하냐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특정인만 일하는 것도 있어 그들이 근무하지 않는 날에는 일이 돌아가지를 않는다. 급한 날에는 그 답답함이 더하다.


여기에 노조도 상대해야 하는 일이 많다. 이상적인 노사의 모습은 서로 토론하며 더 나은 회사로 발전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회사에서만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노조는 요구만 하기 바쁘다. 심지어 하나부터 열까지 순서대로 해달라는 게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한 번에 다 해주기를 요구한다. 회사가 돈이 많아 계속 해달라고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근로자를 챙겨주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하면 본인들도 자기 위치에서 도울 일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요구 사항이 개선되면 감사하는 모습도 보여야 하는데 매번 아쉬운 소리만 한다.


상급자들의 권위만 찾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 상급자로서 자기 직원들 지켜줘야 할 일이 일어나면 지켜주고 지지해 줄 일이 있으면 지지해야 하는데 자기에게 피해가 생길 것 같으면 피하거나 못하게 하고 문제가 생기면 직접 해결하라고 호통친다. 여기에 이상한 것에 집착하는 일도 많다. 자기 생각을 답으로 정해 추진하라고 하지만 여기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자기를 무시한다며 화를 낸다. 성과가 나면 자기 덕이고 자기 성과로 바꾸기를 자주하고 탈이 생기면 넘어갈 일도 벌을 주려고 애쓴다. 이들의 업무 수행 방식에는 철학과 방침이 없다. 기분에 따라 좌우되기에 로비가 잦아지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업무하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 회사는 발전하려면 아직 멀었다. 누군가는 위의 썩은 물이 다 나가면 괜찮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윗물이 하는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이 또 상급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극적으로 변하는 일은 없으리라 본다. 이들이 바꿔야 하지만 어떻게 하면 편하게 일할지,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득을 볼 수 있는지를 배웠기 때문이다. 쇄신 방법도 의지도 없다. 자기희생보다 자기 보신에 바쁜 이들이 많아 환경, 기술 등 모든 측면에서 바뀌거나 발전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겠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나도 한통속일지 모르겠다.


지역이나 부서별 특성에 따라 다른 점이 있을 수도 있으나 우리 회사에서 하는 일은 크게 다른 게 없으니 느끼는 것도 대개 비슷할 거로 생각한다. 그렇게 안 쓰려 노력했지만, 불만과 아쉬운 점들을 나열하는 글이 된 것 같다. 그래도 우리 회사에서 현장 업무가 아닌 본부, 본사 업무를 하려 하는 이에게는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고 다른 회사에서 사무 업무를 하는 이들에게는 공감거리가 될 것이 있다면 재미를 주거나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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