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요 - 철도 인생
BTS는 우리나라 현대 가요사의 한 획을 그은 가수다. 그들이 성대한 컴백쇼를 하는 것은 시도해 봄 직한 일이다. 그만큼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팬이 우리나라를 찾아 그 모습을 보려 할 것이다. 자랑스러운 일이나 내가 BTS 팬들만큼 크게 관심을 가지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며칠 사이로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대규모 인파 밀집이 예상된다며 비상 대응팀을 꾸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광화문에서 컴백쇼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곳과는 전혀 관련 없는 곳이었다. 우리 관내가 아닌데 사고가 날 수 있다며 비상지원을 여러 곳으로 나가야 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만에 하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호들갑을 떨수록 더 사고가 나기도 한다.
행사는 저녁에 시작인데 나는 아침 9시에 출근했다. 임시로 만들어진 상황실 책상에 앉아 열차가 얼마나 혼잡한지 체크하며 상부에 보고했다. 여느 때 주말과 다를 바 없이 열차는 잘 운행되었다. 복잡한 곳도 없었다. 광화문 근처 역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통과하는 곳도 있었다. 멀리 떨어진 우리 관내는 평안했다. 아무 일 없다는 똑같은 내용을 보고하려니 민망했다.
행사가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본사 직원들은 퇴근했다. 미리 정리하라고 말해주고 떠나든가 했어야지. 자기들이 떠나고 나서 정리하고 떠나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심지어 자리를 비운 자기들에게 끝까지 보고 하라고 했다. 본인들도 할 일이 없음을 알았다면 고생하는 나머지 직원들을 먼저 챙겨야 하지 않았을까. 부적절한 본사 직원들의 태도가 참 아쉬웠다. 밤 11시까지 열차가 편안히 잘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면서도 이게 뭔 일인지 혼란스러웠다.
결과적으로는 허무하고 인력 낭비 같은 일일 수 있겠지만, 과거의 여러 대형 사고들이 이렇게 미리 대응하도록 준비하게끔 했다. 개인적으로는 불만을 가질 수 있겠지만, 당연히 필요한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면 묵묵히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것에 관해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더 성숙해진 시민의식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가 질서를 잘 지키고 통제를 잘 따랐기 때문에 안전하고 조용히 일이 잘 끝났을 것이다.
가끔 사고가 나다보니 대한민국의 교통 관련 회사들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고 문제 많은 곳으로 여겨지는 일이 잦은 것 같다.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하게 느껴지는 일상이 어떻게 보면 지키기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그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는 것, 이런 특수한 상황이 생기면 자기 휴일을 희생하면서까지 발 벗고 나선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조금이라도 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못하지 않는다. 평소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우리 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격려와 칭찬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