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콤비가 건네는 교훈
겸손한 척하지만 나는 참 오만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더 기구한 삶을 산 사람도 많겠지만, 나 역시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잘 버틴 것, 특출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는 것은 다 내가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력과 인내가 있었기에 현재의 내가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남들의 조언이 귀에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내 방법과 방식이 옳다고 단정 짓기에 그들이 뭐라고 하던 나보다 낫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풀어낼 수 없는 위기에 몰리면 약하다. 누군가 도와주기를 바라지만, 내가 이미 저지른 게 있으니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고 설령 도와주려 해도 거절한다. 그리고 큰 화를 입고 나서는 세상을 원망한다.
나만이 주연인 세상에 나는 빠져 있다. 나를 제외하면 주변의 모든 이는 조연, 아니 단역이다. 특별한 임무를 가진 것도 아니고 오롯이 나를 돋보이게 해야 하는 존재다. 나보다 튀어나오려 하는 이가 있다면 바로 눈엣가시 취급한다. 나서지 말고, 그냥 잠자코 있어라. 훈계하기 바쁘다. 내가 빛나야 하고 나보다 빛나야 하는 것은 없다. 만일 내가 무너진다면 다 무너져야 한다. 그런 내게 영화 <라디오 스타>는 거울 치료 같은 영화였다.
88년 가수왕을 차지했던 최곤(박중훈)은 그 후 여러 사건에 연루돼 몰락했지만, 아직도 자신이 스타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 그를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는 최곤을 재기시키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얻은 자리는 영월의 라디오 프로그램 DJ. 최곤은 막무가내로 방송하지만, 그 방송이 주민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한다.
최곤은 자기가 빛나야 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면 박민수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빛나도록 돕는 것에 가치를 둔다. 자신은 어둠 속에 가려지고, 폭풍우를 뒤집어쓰더라도 상대가 빛나고, 비에 젖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
혼자서 빛나는 별은 없다. 의도가 있든 없든 내가 빛나는 데에는 다른 이들의 역할이 있었고 그들이 그린 상황이 있었다. 모든 조화가 있었기에 내가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지구 밖에서 바라보면 먼지 축에도 끼지 못하는, 작디작은 내가 온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하는 것은 멍청한 것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간 나의 역사와 내 주변을 돌아보며 나라는 사람이 구성되는 것에 많은 이의 역할이 있었음을 생각했다.
<칠수와 만수>,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 스타>까지. 안성기와 박중훈 두 콤비의 영화는 상대를 빛나게 하면서 자신도 빛나게 했다. 그중에서도 올해 세상을 떠난 배우 안성기는 영화의 크기, 장르를 떠나 누군가 빛나게 할 기회가 있다면 발 벗고 나섰던 우리나라 영화의 중심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빛나게 할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제 나만 생각하는 욕심에서 벗어나 함께 빛나도록 뛰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