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청년문학상 수상에 대해
'포기도 아름다울 수 있다'라는 말을 곱씹으며 살았습니다. 살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했습니다. 내 인생이, 이 불우함이 때때로 아름답게 보여야만 살 수 있을 듯싶었습니다. 그 즈음 작문을 시작했고, 어느 지면엔 이런 말을 적었습니다. '제 글이 담긴 지면을 숨의 권역으로 갖고 삽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제가 제 자신으로 살아 숨 쉴 수 있었습니다.
제게 시는 숨의 흔적이었고, 사회는 상처-공동체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일정 부분 환자라고 믿었습니다. 한 환자가 다른 환자들을 도우며 지탱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였을 뿐인데, 제 숨이 타자들의 말이 됐고, 그들의 감정이 제 언어를 새로이 낳았습니다. 제 언어의 한계를 그토록 아득히 뛰어넘은 마음들이 곧 시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결코 저는 혼자 시를 쓸 수 없었습니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모든 분들의 목소리 덕분입니다. 꾸준히 적어온 제 글을 사랑해 준 소중한 독자님들, 부족한 제 글을 항상 믿어 주고 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아 준 학우님들, 그리고 제 시가 좋다고 필사해 주던 사람까지. 저는 모두를 위해 최선을 다해 글을 적었을 뿐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무한한 친애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