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향한 존중
자라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간혹 부모의 불화를 보면서 자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나의 경우에는 부모님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나는 어쩌면 그 어느 가족보다도 행복하고 유대감이 깊은 가족 안에서 태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혼이라는 행위는 인간이 이룩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남녀가 사랑과 유대의 감정으로 서로에게 맞춰가고, 때로는 의지도 하며 평생을 그려나가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자마자 마주하고 평생을 함께 한 가족들이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일. 그 사람과 가정을 일구어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흔히들 드라마에서 보게 되는 서로 다른 세상 속에서 살던 두 인물의 관계 속에서도 언제나 수많은 서사가 오고 가지 않는가.
엄마가 아빠와의 결혼 관계를 유지해 오신 과정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신 적이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배우자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서 엄마와 아빠가 서로에게 평생동안 하고 계신 매우 간단한 전제가 있었다.
‘서로가 싫어하는 것 하지 않기’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기억해 주기’
아빠는 정말이지 곰 같은 분이다. 감독이라는 직책에 걸맞게 냉철한 판단도 적시에 잘 내리시는 분이시지만,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묵묵히 받아들이시는 능력도 대단하신 분이다. 엄마는 아빠의 선한 영향력을 알아보고 결혼을 하셨지 않을까 싶다. 아빠는 가뜩이나 말이 많지 않으신 분이기에 싫은 것, 좋아하는 것을 잘 이야기해 주시는 분이 아니다. 엄마는 그래서 아빠가 정말 지나가는 말로 호불호의 이야기를 하시더라도 바로 캐치해 내신다.
사촌 누나 중 한 명을 유독 아빠가 이뻐했었다고 한다. 아빠가 고모 집을 방문할 때면 엘리베이터 앞에 어린 시절의 누나가 항상 서 있었고, 수줍게 자신을 웃으며 반겨주는 모습이 너무나도 좋으셨다고 한다. 엄마는 그 말씀을 들으신 이후부터 아빠가 출장에서 돌아오시는 날이면 항상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빠를 기다리신다.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은 아빠도 그 엘리베이터 앞에서만큼은 입술이 씰룩거리신다. 이런 게 상대를 향한 존중이고,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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