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지무침
엄마가 제일 잘하는 요리는 가지무침이다. 내가 요리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엄마의 요리가 크게 그리워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사실 이제 내가 어떤 요리들에 있어서는 엄마보다 맛있게 만들기도 한다.
외국에 살다 보니 느는 게 요리 실력뿐이었다. 먹는 것에 항상 진심이었다. 먹는 것에 소홀하게 하면 안된다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라난 가정 환경이었다. 한 끼 식사를 해도 국과 반찬이 함께 하는 식사를 하려 했다. 먹고 싶은 음식이 문득문득 떠오르고, 이 음식이 해외에서는 팔지 않는 음식이라면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먹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 아니겠는가. 삼색 나물, 족발, 갈비탕, 닭발, 곱창, 떡볶이 등등 사람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만들어서 파티도 종종 했었다.
그런데도 내가 했을 때 유일하게 엄마보다 맛있게 만들 수 없는 음식이 바로 가지무침이다. 찜기에서 뜸을 들인 가지를 꺼내어 쇠젓가락으로 결대로 쫙쫙 찢고, 간장과 쪽파, 마늘, 참기름, 고춧가루를 넣은 양념장에 폭폭 비벼서 완성하는 음식이다. 흔히들 급식에서 나오는 말린 가지 나물 때문에 오해를 한다. 가지의 속살은 물컹물컹이 아닌 우유 한 모금과 함께 먹은 호박 고구마가 으깨지듯이 부드러워야 하고, 가지의 껍질은 질겅질겅과 미끌미끌이 아닌 가지의 속살과의 경계마저도 모호해져서 속살만 먹은건가? 라는 착각이 들어야 한다. 엄마의 가지무침에는 그런 감동이 있다. 흰쌀밥에 올려서 한입 가득 베어 물면 입안에 퍼지는 참기름의 고소함과 혀를 맴도는 간장과 고춧가루의 짜고 매운맛, 물컹거리지 않고 부드러운 가지의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이 음식이 떠오를 때가 간혹 가다가 있다. 생각해 보면, 이런 가지무침은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상의 한 가지 반찬에 불과했었다. 엄마는 전라도 분이셨다. 항상 좋은 것만 먹이겠다고 저녁 한 번을 먹어도 가지무침, 전복버터구이, 고등어구이, 꼬막무침, 오징어볶음, 수제 갓김치, 젓갈, 삼색 나물 등 정말 다양한 반찬들을 모두 준비해 주셨다. 앞서 언급했지만, 먹는 것에 항상 진심이고, 흔히들 말하는 밥심으로 일하는 종류의 사람이 바로 나다. 이런 배경에 엄마의 밥상이 그만큼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엄마가 차려주시던 한 상차림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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