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은 그립지 않아도 양의지는 그리웠어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 양!의!지!

by 띵수

인스타 스토리에 갑자기 2년 전 과거 게시물을 리마인드 해줬다. 2년 전에 내가 뭐하고 있었지? 궁금해서 확인해 봤는데..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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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가 NC에서 두산으로 다시 왔을 때 기뻐서 스토리를 올렸었다. 와 벌써 양의지가 온 지 2년이 넘었다고? 세월이 참 무색하다. 당시 양의지가 왔을 때 기쁜 마음에 쓴 글이 있는데 양의지 컴백 2주년 기념으로 한 번 공개해 보겠다.



2022.11.22에 쓴 글입니다.


인생에서 최대의 실수는 무엇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나는 그 질문에 항상 우스개 소리로 야구에 빠진거라고 대답한다.


감정의 변화가 T익스프레스급의 롤러코스터인 사람이 야구를 좋아한다? 투수의 볼질, 타자들의 수비 실책, 선풍기마냥 스윙을 돌려 삼진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매일매일 극대노를 시전한다. 하지만 실수를 만회한 선수들이 경기를 뒤집어 준다면 언제 화냈냐는 듯이 기뻐서 미쳐 날뛰곤 한다. 인생이 심심하지 않은 일희일비한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하필 2007년~2010년대 초반까지 준우승만 밥먹듯이 하는 팀인 두산 베어스를 좋아했지라.. 우승이라는 그 한 발자국을 못가서 팬들은 아주 미쳐버리고 돌아버렸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두산 베어스는 늘 언제나 미라클의 신화를 썼고, 언제 어디서든 포기하지 않는 허슬플레이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그래서 정말 뻔한 표현이지만.. 두산 베어스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두산팬들의 간절한 염원이 닿은걸까. 2015년 두산은 1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포수 양의지 선수가 있었다.


뭘 생각하는 건지 늘 뚱한 무표정.

슬렁슬렁 치는 타격폼.

엄청나게 느린 발.


양의지는 그런 선수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타석에 들어선 타자의 심리를 건드리는 여우인데다가, 투수가 흔들려서 볼질을 하면 때로는 눈빛으로 제압할 줄 아는 카리스마를 갖췄었다. 그리고 슬렁스렁 치는 타격폼은 부드러운 스윙으로 팬들에게 홈런을 선물했다. 곰의 탈을 쓴 여우 그 자체. 양의지는 대체 불가능한 선수(NFP?ㅋ)였다.


그런 양의지가 2019년도에 FA 자격을 얻고 NC로 갔다. 솔직히 이제와서 말하지만 그 당시에 크나큰 상처였다. 오피셜이 뜨자마자 나는 물파스를 들고 그의 이름이 박힌 유니폼도 떼버렸다.


타 팀팬들에게는 상처받지 않는 척했다. 예상했다는 듯한 "우리팀 떠나면 남의 새끼죠"라는 허세 떠는 멘트를 날리며 쿨병 도진 두산팬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다. 사실 이미 많은 선수들을 떠나보내며 생긴 생채기가 가득했는데 말이다. 양의지의 이적 소식은 이미 베인 곳을 더 깊숙히 상처를 낸 꼴이었다.


그래도 2019년에 두산 베어스가 우승하면서 작년까지 한국시리즈도 가서 '너 없이도 잘산다'며 화수분 야구의 정수를 보여줬다. '양의지 없어도 우린 잘해! 정말 꼬시다!'는 생각도 했다


근데 어라? 근데 이제 9등이네?


2022년 시즌에서 9등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보니 별 생각을 다했다. 두산은 돈도 없다면서 왜 안파는거야.카카오 베어스면 달라졌을까..? 이제 두산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떠나면 암흑기인가? 왜 9등이지? 생각의 타래는 결국 분노로 바뀌었다.


야구에 야만 나와도 발작을 너무 많이해서 지쳐있을 즈음에 스토브리그가 시작됐다. 두산의 첫 행보는 레전드 이승엽을 감독으로 데려온 거였다. 솔직히 나에게는 의문이었다. 아무리 레전드지만 검증되지 않은 생초짜 감독을 모셔왔기 때문. '내년도 별로 기대가 안되는구나'하며 심드렁했다.


근데 죽어있던 심장이 다시 뛸 만한 소식을 듣게 되는데..두산이 양의지를 배팅한다는 것. 그리고 양의지가 다시 두산으로 오고싶어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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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서 '재회는 절대 없다'라는게 내 신념이다. 한번 끝나면 그냥 끝. 근데 양의지의 복귀 소식은 마치 전남친이 다시 연락해서 사실 너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다시 만나고 싶다는 재회 시그널을 보낸 것 같았다. 그리고 양의지의 재회 시그널에 온갖 망상을 했다.


박재범의 좋아가 울려퍼지며 타석에 등장하는 양의지..

두산이 그리웠다고 인터뷰하는 양의지..

그리고 두산에서 은퇴하는 양의지..

훗날 두산 감독으로 부임하며 곰탈 여우의 전략을 구사하는 양의지..


매정하게 NC로 떠나던 순간은 벌써 잊어버리고 좋았던 기억으로 미화돼 버렸다. 다시 생각해보니 재회도 누가 하자고 하느냐에 따라 나름인 것 같더라. 그런 의미에서 난 양의지 오피셜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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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1월 21일 월요일 저녁. 박정원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 박정원 부회장과 양의지 선수, 이승엽 감독 셋이 찍은 사진이 에 잠깐 업로드되었다. 내 심장은 미친듯이 뛸 수밖에 없었다. 설마 진짜? 정말로?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해서 수시로 야구 최신 뉴스를 새로고침하면서 기디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 끝에 양의지가 진짜 두산에 왔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돈값 못하면 내년에는 욕하겠지만..지금은 두뽕 치사량이니 분출해야겠다.


의지야 전남친들은 생각 안나도 너는 생각났어. 다시 와줘서 고맙다. 두산의 기강을 잡아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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