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D Kim Mar 30. 2020

10 - 일a, 나는 왜 일을 하는가

2019년 10월 모임 첫 번째. 일하기와 돈벌기

 19년 10월에 선정된 책은 나와는 맞지 않았다. 이런 책도 독서모임을 운영할 때는 장점이 있다. 메모할 내용이 적어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고, 그렇게 아낀 시간에 모임 자체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다. 왜 이 책이 싫은지, 불편한지, 불쾌한지에 대해서 생각하면 오히려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다. 이 지점에서 나누고 싶은 주제를 발견한다.


 저자는 플랫폼 성향을 가진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며 돈을 많이 번 사람의 성공 노하우를 읽기 쉽게 알려주었다. 확신과 도전 정신이 한 글자 한 글자에 묻어났다. 저자는 논의와 컨설팅을 겸하는 카페와 강의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책을 포함하여 세 가지 매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와 참여했을 때의 기대효과를 명시해두었다. 커뮤니티를 만들 때 챙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커뮤니티가 궤도에 올라가기 전까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 가늠해볼 수 있었다.


 글쎄. 그런데, 이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저자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이루어질지, 그 가능 여부는 일단 제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돈이 알아서 억 단위로 불어나는 것인가 싶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가, 혹은 일을 하니 돈이 생기는가? 나는 왜 일을 하지? 나에게 일은 무엇인가?



순서

01 나는 왜 일을 하는가

02 모임의 기능

03 행동하기 위해서


01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일을 따지는 것은 앞으로 꾸준히 만날 사람을 고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업계의 최고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녁이 있는 삶이 더 중요한 사람이 있다. 받는 돈의 액수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의 발전 가능성을 따지기도 한다. 이 사람들에게 일이 가져오는 의미가 동일할까? 일과 돈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에게는 일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만 한 것 같아 그의 생각을 읽는 것이 불편했다. 정말 일과 돈이 밀접하다면 일과 자아는 어떠한가? 나는 일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돈을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비록 돈돈하는 저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나는☆돈이☆좋다. 내가 서 있는 세상은 자본주의 사회이며, 긴장하지 않으면 후려쳐지고 있지 않은지 의심을 하곤 하는 상황에서 돈이 부차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찝찝하다.


왜 돈을 밝히지 않는가?

 왜 근로자들은 근근이 먹고 살아갈 정도의 급여를 받고, 왜 점점 바빠지고, 왜 돈을 못 모으고, 그런데 자본가들의 부는 쌓여가는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는 우리가 평소 가지고 있는 노동만이 신성하고 돈을 밝히지 않게 하는 이데올로기가 자본가들의 전략이라고 한다. 근로자들이 착취당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지 못하게 하여 꿈을 꾸지 못하게 하는 장치라고.

 돈 밝힘은 옳지 않게 느껴진다. 빚은 나쁘며 주식은 인생 망하는 지름길이라고들 한다. 반면 ‘나는 4시간만 일한다’, ‘백만 불짜리 습관’, ‘백만장자 시크릿’에서는 다른 말을 한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만약에 당신이 맞다면, 당신은 지금 부자일 것이다.” 왜 내가 돈을 배척해야 하는가? 하지만 여전히 몇 년 만에 몇 억 모으기 같은 표현으로 돈을 자극적으로 강조하는 책에 거부감이 든다. 과연 돈을 밝히지 않음은 내가 원하는 것인가, 혹은 사회가 나에게 심어준 것인가.


모두를 위한 길이 아니다.

 남들이 하는 반대로 움직여야 이익이라고들 한다. 집을 사지 마라 할 때 사야 하고, 해외로 가지 마라 할 때 가야 하고. 똑같이 움직이지 말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이 되라고 하는데, 일도 딱 그렇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돈이 넉넉하여 부담 없이 세계를 여행하는 삶을 꿈꾸는 것은 좋았다. 그러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내 성향과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나에게 SNS는 개인의 소소한 삶이었다. 요새는 SNS에 퍼스널 브랜딩과 같은 더 큰 의미가 생겨나고 있는 듯하다. 시도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삶을 살 수 없는 사람인 것인가?


내면에 욕망이 있다.

 한국에서는 겸손하라고, 외국계 회사에서는 스스로를 홍보하라고 한다. 두 문화가 섞이니 겉보기에는 선비이고 싶은데 내면은 그렇지 않다. 부의 추월차선 개념을 접할 때도 이 것이 무슨 이상한 개념인가 싶었다. 다른 사람의 시스템 안에서 나의 시간을 노동에 사용하지 말고, 직접 시스템을 만들어 다른 사람이 노동하도록 하라는데. 회사에 내 자리가 있는 것이 좋다. 동시에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감정도 있다.




돈만을 꿈꾸는 것도 아니다.

분명 일을 하며 돈을 벌지만, 돈이 일의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일을 잘하기 위한 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일을 하면서 무언가를 이룬다

 사람은 인정 욕구를 가진 동물이다. 일을 통해서 내가 성장하고 있고, 무언가를 이뤄내고 있다는 느낌을 원한다. 1차원적으로는 돈과 교환하기 위해 일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업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은가. 회사를 처음 다닐 때는 조직에 만족을 했다. 나를 뽑아주다니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고민이 시작된다. 나는 회사의 부속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사람과 시간과 감정에 매몰되어 주어진 일을 끝내기에 급급해진다. 이때에는 일을 해도 즐겁지 않고 칭찬을 받아도 충분하지 않다. 성취감을 얻을 수 없어서 그렇다.

 적어도 나는 발전하는,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일의 가치가 끝난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시간에도 가치가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고, 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레버리지’에서는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게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은 더 좋아하거나 원할 수도 있으니 내가 무조건 모든 것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은연중에 내가 모든 일을 다 잘해야 하고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시간과 돈의 가치를 모두 생각하라고 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가치의 일을 스스로 하면 돈을 아낄 수 있지만 하지 않으면 나에게는 시간이 생긴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해볼 수 있다.


회사 밖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가

 조직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해서 인정을 받는 것과 회사 밖을 나가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1코노미를 하고 있다면 외부에서 스스로 인정을 받는 방법을 어느 정도 찾은 것이 아닐까?


일은 내 사고를 결정한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하는 생각, 관심 있는 것이 각자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었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면서 보내니 당연한 것일까. 직업이 개개인의 생각과 삶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마케터 : ‘가지고 싶다’는 개념을 심어주는 사람이라 그런지 나는 남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의식주 외에는 정말 필요한 것이 없는데도 사고 싶다 생각하게 만드는 직업이 아니겠는가.    

     UX 디자이너 : 현재 무슨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를 생각한다. 저 행동의 근원은 무엇이고, 무슨 문제가 있을지, 어떻게 하면 그 지점을 해결해줄 수 있을지 생각하곤 한다.    

     IT 개발자 : 나는 남이 뭐라고 생각하든 관심이 없다. 내가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혼자 생각하고 작업하면 답이 나온다. 이때 성취감이 온다.    




만약 시간이 많고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몇 달 내에 죽거나 지구가 멸망하거나 혹은 돈이 충분히 많을 때도 지금 그 일을 할 것이냐 물어보는 질문들을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당장 그 일을 그만두라는 조언은 과격한 듯하다. 이런 상상을 하여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에 앞서 왜가 필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회사 밖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자립성을 원하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왜 일을 하는가.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 결과 왜 사는지에서 그 ‘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이 왜를 찾는 중이다. 승부욕이 강해 이전에는 이기거나 승진에 힘썼지만, 이 지점이 사라지니 결핍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단 여행을 다녀올 것이다.


얽매이지 않겠다.

 돈이 많으면 시간도 많다. 얽매이지 않고 내 일과 생활을 즐기겠다. 여러 도시에 머물면서 한 달씩 살아볼 것이다. 한적한 곳에 머물면서 작업을 하고 동네 갤러리를 빌려서 전시회를 하고 동네 마켓에 가서 가방이나 가죽을 사서 리폼을 사고 플리마켓을 열고 동네 문화를 알아가고 요리도 배우고. 할 게 너무 많다. 생활 영어를 배워서 실시간 공유 유튜브를 하고 사진작가와 함께 다니고(사진작가와 함께 하면 내가 막 찍는 것과 달리 예술적인 느낌으로 멋있게 사진을 찍을 것이다) 진짜 제대로 된 블로그 하고, 사람들이 오면 사이드로 가이드를 하고.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 돈이 많으니 막 쓸 수 있지 않겠는가. 돈이 없으면 하루 벌어 하루 끼니를 때우고, 숙박비도 고민해야 하지만 돈이 충분하다면 풍요로운 삶을 걱정 없이 누릴 수 있다.

 나는 거의 소속되어 있지 않고 내 일을 하면서 쉬지 못하고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다루고 익혔다. 내가 투자한 것, 배운 것들이 내 자산이 되어 엮어 내보낼 수 있을 것이다.


꿈을 향해 내딛겠다.

 단기간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여행을 할 것이다. 나는 유투버인데, 돈이 엄청 많고 시간이 많아도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고 업로드는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만족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내 버킷리스트 중에는 돌아다니며 강연하기가 있다. 내 콘텐츠를 좋은 가치를 가지도록 충족시키면서 이 내용으로 강의를 하러 돌아다니고, 또 그 과정에서 콘텐츠가 강화되고. 유튜브에 남기고 공유하고. 나처럼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욕구가 항상 있다. 해외에 거주하면서 이 욕구를 해결할 것이다.


다른 생각을 접한다.

 학생 때 로마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을 했다. 너무 많은 문화충격을 받았고 성격이 많이 변했다. 행복과 목표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다르더라. 그렇게 살아보니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졌다. 성당 꼭대기에 올라가면 길거리의 사람들을 보면서 이 동네 사람들은 뭘 먹고 무엇을 하고 살까를 궁금해했다. 사람들에게 그런 것들을 인터뷰할 것이다.  

 처음에는 생판 모르는 곳에 가서 무엇을 하고 있나 싶어 싫었다. 적응에 4개월이 걸렸지만 좋았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의 고립되어 있는 느낌, 혼자 떨어져 있는 느낌이 좋았다. 섬을 하나 사는 것은 어떨까? 40억이면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리스에 섬을 사고, 거기 섬에 엄청난 맨션을 짓고, 요트를 사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가족들 언제든지 올 수 있게 불러서 놀고.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바를 연다. 들어올 때 질문카드 같은 거 줘서 성향이 맞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매일매일 주제가 다르다. 또,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만나서 2시간씩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이런 장소와 기회가 있다면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무언가를 해내려면 시간이나 돈이 아닌 다른 것도 필요하다.

 뉴스에서 어느 여성이 프랑스의 고성을 사서 5년 동안 인테리어를 만들고 살고 있다*고 한다. 5년 동안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얼마나 큰 꿈이어야 그 일이 가능할까?


* 허은정, 나는 프랑스 샤토에 산다, 김지해 사진, 청출판, 2019.



킴은 2~3년 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관계와 생각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빠르게 읽고 나눠야 했던 개념들이 혼란스러워, 지금은 모임을 쉬고 글을 정리하고 있다.

그 당시에 몰랐던 이야기의 흐름을 발견하는 것이 기쁘다.

매거진의 이전글 09 - 창조성e, 나는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