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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지면서 이상해지는 30대 후반을 조심하며

by 이주낙

나이를 먹을수록 외로움의 모양이 바뀐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혼자 책임져야 하고, 속 마음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거나 나눌 곳이 마땅치 않아서 찾아오는 외로움이다.

그 시기의 외로움은 조용하지만 무거워서 사람을 짖누른다.


이 시기 사람들을 보면 종종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정도다 나는 이런 스타일이다.

자신을 애써 증명하려 하고, 관계를 증명의 수단 혹은 감정의 배출구로 여긴다.

대화의 주제는 좁고, 반복적이며, 타인에 대한 관심은 희미하다. 그들의 말은 소통이 아니라,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처절한 독백처럼 들린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답답함과 공허함 속으로 빨려드는 기분이 들어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모습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이 시기는 성장이 멈추고, 체력이 떨어지며, 좌절이 늘어나는 시기다.

성장이 멈추니 한계가 보이고 체력은 점차 떨어지니 감정과 호르몬은 오락가락. 잔상처도 많아진다.

어릴 땐 '다시'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슬슬 반복이 부담 된다.

그 피로감이 쌓이면 내면 세계는 점점 협소해지고, 결국 '나만 맞다'는 자기위로 속으로 숨어버린다.

(니체철학이나 실존주의와는 결이 다르다.)


그래서 나도 가끔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내 생각만 고집하고, 내 사정과 피로를 이유로 타인을 가로막고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가.

그 생각이 들 때마다 스스로를 다시 돌아본다.


어떻게 보면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리 특별하지 않아 보인다.

다양한 타인을 마주하는 것.

서로 다른 세계를 두드려보는 과정에서만 우리는 자기 안의 벽을 느슨하게 할 수 있다. 그게 쉽진 않지만, 외로움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걸 막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가끔은 외로운 사람들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그릇이 되고 싶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면 쉽지 않다.

그들의 말에는 앞에서 말한 무게가 있고, 그 불편한 무게를 온전히 받아내기엔 나도 단단하지 않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 무게를 버텨낼 만큼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외로움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지 않도록, 먼저 나부터 이상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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