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맹이 뭐냐면
나는 adhd이고 시간맹이 있는편이다(제곧내)
근데 사실 adhd라기보다는 정상인과 adhd인의 스펙트럼 사이에 있는 편이랄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은 처음엔
“약간 ADHD 성향이 보이긴 하지만, 확정하기엔 애매하다”라고 하셨다.
ADHD라기보다는 불안이 너무 크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즉, 심리적이거나 상황적인 이유로 생긴 일시적인 증상에 가깝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1년쯤 병원을 다니다 보니,
이제는 “머리가 너무 좋아서 단기 작업 능력이 뛰어난, 똑똑한 ADHD형 같다”는 말을 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ADHD인으로 나를 진단하긴 했지만, 난 사실 ADHD 약을 먹어도 집중력에는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약을 먹는 데도 해결이 안 되면 내가 ADHD인이 맞는 걸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정상인과 ADHD인 사이 스펙트럼에 있는 semi-ADHD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각을 밥먹듯이 했다.
어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한 나는 좀 낫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여전히 병원에는 자주 지각한다.
일단, 나의 특성상 긴장하고 집중을 빡 해야 실수를 덜 하고, 늦지 않기 때문에 회사를 갈 땐 빡 집중모드로 가다 보니 지각을 덜 했다.
하지만, 늦어도 별 위협이 되지 않는 병원에는 지각을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하는 편인데 한 두 번째 연이어 지각을 한 나에게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ADHD인은 시간맹이 있는 편이라, 시간 감각이 무뎌요.
‘아 이 선생님 나를 진짜 ADHD인으로 진찰하는군’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오 맞아! 나 어떤 일이 이만큼 시간이 걸리겠구나’를 잘 모르는 편인데!‘ 하며 공감의 박수를 쳤다.
나처럼 시간맹이 있어서 아래와 같은 걸 경험한 사람에겐 아래와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약속 시간 때문에 나가기 직전까지 다른 일 하다가(나는 ADHD적인 특성 중에서도 과몰입 특성도 있다*) 지각함
이거 한 한 시간 걸리겠지라고 예상했다가, 거의 2-3시간 혹은 반나절 걸려서 당황함.
시간맹이 있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을 예상해보고
실제 걸리는 시간을 기록해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과연 그게 될까 살짝 의심하고 있는 사이에 선생님이 덧붙인 말. “한 달만 해도 효과가 커요”
이 분 날 너무 잘 아신다.
어차피 나에 대해서 알아보며 자기 사용 설명서를 써보기로 했는데(나는 이럴 때 행복, 이건 불편함, 운동은 이게 맞다 등등),
첫 자기 사용 설명서는 ‘시간’을 주제로 내가 씻고, 나갈 준비하고, 일하는 시간이 얼만지 측정해 보고, 나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지 작성해 봐야겠다.
앞으로 한 달간 시간맹 고치기 챌린지 & 시간 사용 설명서 쓰기 시작!!
* 과몰입특성(챗gpt 답변)
쉽게 말하면, 집중이 안 되는 게 아니라 ‘한 번 꽂히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형태의 집중이에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1️⃣ 관심 있는 것엔 몰입이 극도로 깊다.
흥미를 느끼는 주제나 작업이 생기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주변 소음도 안 들릴 정도로요
2️⃣ 하지만 흥미가 없는 일엔 집중이 전혀 안 된다.
뇌의 보상체계가 ‘흥미’에 따라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의무감이나 필요성만으로는 집중이 어렵습니다.
3️⃣ 과몰입 상태에서는 세상과 단절된 듯 행동한다.
주변 사람의 말에 반응하지 않거나, 약속을 잊기도 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 입장에선 ‘무책임하다’ 거나 ‘집중력이 들쭉날쭉하다’고 보이기도 하죠.
4️⃣ 하지만 그 집중은 탁월한 성과를 내기도 한다.
몰입한 분야에선 짧은 시간에 높은 성취를 내는 경우가 많아요. 창의적 아이디어, 깊은 탐구력, 높은 생산성이 이 시기에 발휘되죠.
결국 ADHD인의 과몰입은 ‘집중을 못하는 병’이 아니라, ‘집중의 조절이 어려운 특성’이에요. 즉, 언제 집중이 켜지고 꺼질지 제어하기 어렵다는 게 핵심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