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ex Sangwoo Kim Nov 16. 2015

9.11 의 악몽이 파리에서..

뉴욕 이야기

회사에서 일하던 중 동료 한 명이 자리에 와서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다고 했다. 수십 명이 (그때 당시 통계로) 사망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고 했다. 업무시간이어서 자세히 생각할 시간도 없어서 그랫는지 일 년에 세네 번 씩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총질을 하는 무차별 총격이 발생하는 미국에 살아서였는지 그런가 보다 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집에 와서  다시 한 번 뉴스를 들여다 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개인의 테러가 아닌 이슬람 과격단체  IS에서 조직적으로 계획을 한 테러였다. 사상자는 100 명을 넘어가고 있었고 기사에 올라오는 사진과 영상은 끔찍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이 사진들은 15년 전 9.11 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대학생이던 나는 기숙사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다. 친구가 급하게 달려오더니 맨하탄에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했다. 조종사의 실수로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을  들이받았다고 했다. 방에 TV 가 없던 나는  TV를 가지고 있던 다른 친구의 방으로 가서  TV를 켰다. 쌍둥이 빌딩 중 한 곳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TV에서는 테러에 대한 가능성도 말하고 있었는데 그때 당시만 해도 테러라는 것이 없었던 시절이어서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TV를 통해 속보를 보고 있던 그때 또 다른 비행기가 다른 빌딩을  들이받았다. 충격이었다. 이건 확실한 테러였고 공격이었다. 학교는 모든 강의를 취소했고 학생들에게 상황이 완전히 파악될 때까지 건물 밖에서 있기를 권고했다. 다들 불안에 떨며 건물 밖으로 나와 있었고 그때 또 다른 비행기 추락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고 학생들 사이에서 미국 본토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루머까지 돌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빌딩.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을 마무리하는 뉴요커의 자존심이었던 무역센터는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전화를 써서 그랬는지 모든 전화는 불통이었다. 다들 맨하탄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당시에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던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맨하탄에 있던 사람들은 전화도 되지 않고 대중교통도 마비가 되어서 다들 손을 잡고 걸어서 다리를 건너서 맨하탄에서 빠져 나왔다고 했다. 다들 공포에 빠져 있었지만 침착하게 서로를 위로하며 도시를 빠져 나왔다고 했다.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도시는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던 downtown 뉴욕은 폐허가 되었다. 다들 어떻게 복구를 해야 하는지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작정 world trade  center로 가서 봉사활동을 했다. 수많은 소방대원들과 경찰들도 사람들은 구하다  희생되었다. 놀라웠던 것은 그 가족들의  인터뷰였는데 슬픈 와중에도 미국을 위해 희생한 자신의 가족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렇게 15년이 흘렀고 작년이 되어서야 그 부지에 새롭게 짓기 시작한 새로운 one world trade center 가 완공이 되었다. 굳이 그곳에 다시 초고층 건물을 세운 건 아마 미국인들의 자존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전 세계에 다시 선포하는 상징성이 컸으리라. 9월 11일 아침에는 늘 추모행사가 있다.  3000명의 희생자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가족을 위로한다. 15년이 지났지만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150년이 지나도 아물지 못할 것이다.


지금 혼란 속에 있는 파리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누군가 인터넷에 매일 시리아에서 수백 명이 죽어가는데 100명 죽은 것 가지고 호들갑 떤다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들이 자기 가족이었다고 해도 그런 말이 나왔을까?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파리에서건 시리아 에서건 아무도 민간인을 살해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한가정의 소중한 가족을 빼앗아갈 권리는 아무도 없다. 하물며 그것이 하찮은 종교적 이념 때문이라면 그들은 그들의 신에게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종교를 가장한 개인적 욕심이 크겠지만..) 


아마 이번 테러를 계기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고 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다. 이 미친 굴레를 끊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아마 또 다른 9.11 이 일어나고 또다른 보복전쟁도 일어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끝이 날지.. 마음이 무겁다. 테러범이 유럽 난민에 섞여서 들어왔다고 하는데 이제 유럽에서 안 받아주는 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죽을지... 이 전쟁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에서 춥고 배고픔 없이 지내는 사람으로서 미안함과 책임감..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어지럽게 뒤얽힌 그런 날이다.


파리테러로 희생된 사람들과 지옥같은 슬픔을 견디고 있을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내시라고 빌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꺼저 미국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