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라는 달콤한 마약
인간은 누구나 관심받고 싶어 한다.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안아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도 눈을 맞추고 관심을 가져주면 방긋 웃는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도 관심을 주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 남에 간섭을 싫어하고 점점 개인주의로 바뀌어가는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아이러닉 하게도 사람들의 관심에는 점점 목말라하고 있다.
며칠 전 '다이어트를 하기 전 질러야 하는 장비'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해서 이것저것 쓸데없는 것들만 잔뜩 사놓고 안 쓰고 어딘가에 쑤셔 박아 놓은 실수를 다른 사람들이 안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볍게 쓴 글이었다. 그런데 이 글이 어딘가에 소개되었는지 갑자기 조회수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보통 내가 쓴 글은 100명 정도가 읽으면 많이 읽히는 글이었는데 핸드폰 알림에 '조회수 1000 명 돌파'라는 알림이 떴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15분 후에 또 '조회수 2000 명 돌파'라는 알림이 올라왔다. IT 쪽에서 10년을 굴러먹은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문득 '브런치가 베타 서비스 라더니 조회수 집계 시스템 에러인가? 담당자 집에 다 갔네'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계속 3000 천 돌파 4000 천 돌파 알림이 올라왔다. 기분이 좋았다. 일을 하는데 계속 핸드폰이 신경이 쓰였다. 5000 돌파는 언제인가? 6000 돌파 가능한가? 혹시 10000명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루 종일 나를 신경 쓰게 한 그 알림은 글이 조회수 20000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멈추었다.
흥분되는 일이었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다니.. 글이 특별한 것은 없었는데 카카오톡 채널이라는 곳 어딘가에 소개가 된 것이라고 짐작을 해 보았다. 카카오톡 채널이라는 앱을 깔아서 확인해보려고 까지 했지만 국내 전화번호로밖에 인증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했다.
신기한 마음에 내가 쓴 글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아! 사람들은 길고 지루한 글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너무 무거운 이야기는 좋지 않다. 그림을 많이 넣어야 하나? 아! 20대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공략해야 하는 건가? 관심이 가도록 제목을 자극적으로 써야 하나? 나도 모르게 어떻게 하면 조회수 높을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미 마음은 다음 글을 쓰고 있었다.
문득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회수가 도대체 뭐길래 나는 이렇게 하루 종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고 앱까지 깔아서 확인해 보려는 노력을 했을까? 누구 말대로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결론은 역시 밥과 떡보다 더 달콤한 관심이라는 마약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건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내 머릿속에는 항상 있었지만 어지럽게 늘어져 있어서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을 하나하나 글로 풀어가고 싶어서였다.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나중에 내가 읽고 싶어서 쓰는 글이었다. 사람인지라 몇 시간에 걸쳐 쓴 글을 아무도 읽지 않으면 속상했다. 기운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읽지 않아서 진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가족을 포함한 내 모든 지인들 중 내가 이곳에 글을 쓰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에게 어떻게 비추어 질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마음대로 풀어내는 공간.. 그것이 이 공간의 매력이다.
관심을 받고 싶으면 얼굴 책에서 유머 페이지 같은걸 운영해야지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자 조회수를 올리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물론 사이트를 운영하는 다음카카오 관계자에겐 매우 미안한 생각이다)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고 공감을 할 수 있다면.. 아니 아무도 읽지 않아도 시간이 지난 후에 내가 다시 읽었을 때 손발이 오그라 들고 부끄러워하며 예전에 나를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보상은 충분하다. 나의 생각이 글이 되어 이 공간에 차곡 차곡 쌓이는 동안 내 삶은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관심이라는 건 참 위력적인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던 연예인들은 그 관심에서 멀어질까 걱정되어 자살을 하고 정신병을 얻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도 저마다 관심을 끌기 위해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관심종자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하지만 관심을 받으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나'는 없어지고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가상의 멋있는 '나' 만 존재한다. SNS 에는 멋진 차, 맛있는 음식, 비싼 휴양지 사진을 올린다. 멋진 사진 하나에 좋아요가 쏟아지면 무언가 인정받은 것 같다. 하지만 진짜 '나'는 가상의 '나' 에게 질투한다. 그리고 여기저기 올라와 있는 누군가의 수많은 가짜 '나'를 보며 또 박탈감을 느낀다. 그렇게 내 인생은 초라해 보인다.
사람은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하다. 굳이 그걸 피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하지만 거기 휘둘리지 말자. 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렇게 온전한 내 인생을 살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나의 공간에서 나는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