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9' 인도]이렇게 쉬기 좋은 동네가 또 있을까

브라흐마가 떨어뜨린 연꽃잎, 푸쉬카르

by 또봄

푸쉬카르는 인도 라자스탄 주의 작은 도시이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고 아즈메르 역에 내려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다. 혹은 푸쉬카르까지 가는 직행 버스를 탈 수 있다.

푸쉬카르는 산스크리트어로 '파란색 연꽃'이라는 뜻이다.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악마와 전쟁을 하다 연꽃잎을 떨어뜨렸는데, 떨어뜨린 자리에 호수가 생겼다는 오랜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푸쉬카르는 호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한적한 호숫가를 따라 이어진 시장길. 여기서는 그 누구보다 여유롭게 쉴 수 있다.





항상 방문하는 Sonu juice shop. 이름이 맞는지는 가물가물한데 한화 2500원 정도면 신선한 과일이 들어간 뮤즐리를 양껏 즐길 수 있다. 아침마다 들려서 먹었는데 혼자서는 한 접시를 먹기도 벅찰 정도로 양이 많다. 원하는 토핑을 추가할 수도 있고, 뺄 수도 있다(나는 대추를 정말 정말 싫어한다).



또 하나 좋아하는 카페. 호텔 유턴의 루프탑이다.



이렇게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내가 사진 찍은 장소가 바로 이 카페의 명소이다. 위에는 밀짚 지붕이 아래에는 뻥 뚫린 풍경이. 정말 완벽한 조합이다. 물론 앉아 있기에 마냥 편한 자리는 아니다.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오래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팔찌를 만들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다!



푸쉬카르에서 실과 비즈를 사 책갈피를 만들었다. 그리고 잘 읽지 않는 책도 샀다. 한 열 장 정도 읽고는 한국에 두고 와서 읽지 못한... 햇빛이 들어오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한국에서 가장 그리운 인도의 모습은 이런 수제 간판이 아닐까. 제각기 글씨체도 색도 다른 간판들이 각자 가게

의 개성을 나타내는 듯하다. 우리나라처럼 획일화되어 깨끗한 모습의 간판들도 좋지만 이렇게 사람의 손길이 묻은 글자들도 참 아름답다.



위아래로 아주 정신 사납게 옷을 입은 날. 위의 망토는 3년 동안 고민만 하다가 드디어 산 망토. 3년 정도면 정말 충분히 고민했다 싶었다. 게다가 400루피라니. 한화로 7000원 정도면 당장 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래 입은 건 오르차에서 열심히 흥정해서 사고, 타지마할에서 첫 개시한 원피스다.



망토를 사고 신나서 사진을 엄청 찍었다. 푸쉬카르의 가트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비둘기 똥이 엄청 많은데 그 정도 위험은 무시한 채 그냥 걸어 다녔다. 가트에는 수영장처럼 네모나게 생긴 곳들이 몇 개 있는데 사람들은 거기서 목욕을 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수영을 하기도 한다.



호수의 서남쪽으로 가면 사비트리 템플로 가는 케이블 카를 탈 수 있다. 2년 전에는 편도만 끊고 올라가서 내려올 때는 걸어 내려왔는데 길이 공사 중이라 굉장히 위험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친구들과 그리고 길에서 만난 이스라엘 친구-나중에 알고 보니 굉장히 이상했던-까지 네 명이서 함께 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후에는 원숭이가 많아서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다. 같이 간 동행은 가방 옆주머니에 있던 과자를 뺏겼다.





이렇게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볼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가 싶다. 곧 끝날 여행을 아쉬워했던가.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을 그리워했던가. 누군가가 옆에 없어 아쉬워했던 것 같기도 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