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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Jun 04. 2019

[19' 인도]이렇게 쉬기 좋은 동네가 또 있을까

브라흐마가 떨어뜨린 연꽃잎, 푸쉬카르

푸쉬카르는 인도 라자스탄 주의 작은 도시이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고 아즈메르 역에 내려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다. 혹은 푸쉬카르까지 가는 직행 버스를 탈 수 있다.

푸쉬카르는 산스크리트어로 '파란색 연꽃'이라는 뜻이다.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악마와 전쟁을 하다 연꽃잎을 떨어뜨렸는데, 떨어뜨린 자리에 호수가 생겼다는 오랜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푸쉬카르는 호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한적한 호숫가를 따라 이어진 시장길. 여기서는 그 누구보다 여유롭게 쉴 수 있다.





항상 방문하는 Sonu juice shop. 이름이 맞는지는 가물가물한데 한화 2500원 정도면 신선한 과일이 들어간 뮤즐리를 양껏 즐길 수 있다. 아침마다 들려서 먹었는데 혼자서는 한 접시를 먹기도 벅찰 정도로 양이 많다. 원하는 토핑을 추가할 수도 있고, 뺄 수도 있다(나는 대추를 정말 정말 싫어한다).



또 하나 좋아하는 카페. 호텔 유턴의 루프탑이다.



이렇게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내가 사진 찍은 장소가 바로 이 카페의 명소이다. 위에는 밀짚 지붕이 아래에는 뻥 뚫린 풍경이. 정말 완벽한 조합이다. 물론 앉아 있기에 마냥 편한 자리는 아니다.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오래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팔찌를 만들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다!



푸쉬카르에서 실과 비즈를 사 책갈피를 만들었다. 그리고 잘 읽지 않는 책도 샀다. 한 열 장 정도 읽고는 한국에 두고 와서 읽지 못한... 햇빛이 들어오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한국에서 가장 그리운 인도의 모습은 이런 수제 간판이 아닐까. 제각기 글씨체도 색도 다른 간판들이 각자 가게

의 개성을 나타내는 듯하다. 우리나라처럼 획일화되어 깨끗한 모습의 간판들도 좋지만 이렇게 사람의 손길이 묻은 글자들도 참 아름답다.



위아래로 아주 정신 사납게 옷을 입은 날. 위의 망토는 3년 동안 고민만 하다가 드디어 산 망토. 3년 정도면 정말 충분히 고민했다 싶었다. 게다가 400루피라니. 한화로 7000원 정도면 당장 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래 입은 건 오르차에서 열심히 흥정해서 사고, 타지마할에서 첫 개시한 원피스다.



망토를 사고 신나서 사진을 엄청 찍었다. 푸쉬카르의 가트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비둘기 똥이 엄청 많은데 그 정도 위험은 무시한 채 그냥 걸어 다녔다. 가트에는 수영장처럼 네모나게 생긴 곳들이 몇 개 있는데 사람들은 거기서 목욕을 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수영을 하기도 한다.



호수의 서남쪽으로 가면 사비트리 템플로 가는 케이블 카를 탈 수 있다. 2년 전에는 편도만 끊고 올라가서 내려올 때는 걸어 내려왔는데 길이 공사 중이라 굉장히 위험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친구들과 그리고 길에서 만난 이스라엘 친구-나중에 알고 보니 굉장히 이상했던-까지 네 명이서 함께 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후에는 원숭이가 많아서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다. 같이 간 동행은 가방 옆주머니에 있던 과자를 뺏겼다.





이렇게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볼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가 싶다. 곧 끝날 여행을 아쉬워했던가.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을 그리워했던가. 누군가가 옆에 없어 아쉬워했던 것 같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19' 인도] 우다이푸르에서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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