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지하철이 개통됐다! 신나는 마음으로 9시 18분 열차를 타러 갔으나 23분이 다 되어서나 왔다. 1차 실망. 조금 간다 싶더니 겨우 네 정거장 움직인 후 선행열차와의 거리 조절을 위해 잠시 정차한단다. 나 10시까지 출근인데에..? 곧 출발하겠지~ 싶어 아침에 챙긴 책을 꺼냈다. 갑자기 들리는 안내방송, ‘장애인 단체 시위로 인해 열차 운행이 수분에서 수십 분 지연될 예정입니다.’ 평소에 타던 7호선은 별 일이 없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며... 오랜만에 탄 4호선에 이런 일이...
장애인 단체에서 대체 왜 출퇴근 시간이 시위를 하는 걸까요? 기사를 찾아봐도 시위를 ‘한다’는 소식에만 집중하고 이유에 관해서는 보기 어렵더군요.
서울시는 2015년에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에는 ‘2025년까지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과 ‘2022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100% 설치’ 등이 있었습니다. 마침 올해가 2022년인데요, 과연 지켜졌을까요? 현재까지 22개의 미설치 역사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사실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만 이용하지 않아요. 노약자나 짐이 무겁다면 누구나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다리 깁스를 한 채 이용해본 경험이 있어요.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저도 오늘 출퇴근 길에 시위로 인한 운행 지연을 이연타로 맞으며... 솔직히 짜증이 났습니다. 하필??! 이 시간에?? 진짜??? 하지만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 중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요. 시위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작년 10월 시위 현장을 담은 한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시민들, 그리고 부드럽게 그들을 회유하려는 시민들이 있었어요. 모두의 입장이 이해가 가기에 기사를 읽으며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서로 싸워야 할까요. 이 문제는 대체 누가 해결해주려는 걸까요.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도 재개발하고, 수도권의 지하철 역은 더 많아지고 있지만 과연 이들을 위한 해결방법은 있는 걸까요?
퇴근길에는 사당에서 10분 정도를 정차한 것 같아요. 사람이 너무 많아 안내 방송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고,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에 정말로 납작만두가 되는 게 아닐까 상상했어요. 서로 밀치고, 언성을 높이고, 짜증 내고... 10분 동안 제 인류애가 바닥으로 쭈욱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있다고??”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서울에 몰리는 걸까. 급 귀촌하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 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