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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Mar 25. 2022

인류애 상실의 순간...

동네에 지하철이 개통됐다! 신나는 마음으로 9시 18분 열차를 타러 갔으나 23분이 다 되어서나 왔다. 1차 실망. 조금 간다 싶더니 겨우 네 정거장 움직인 후 선행열차와의 거리 조절을 위해 잠시 정차한단다. 나 10시까지 출근인데에..? 곧 출발하겠지~ 싶어 아침에 챙긴 책을 꺼냈다. 갑자기 들리는 안내방송, ‘장애인 단체 시위로 인해 열차 운행이 수분에서 수십 분 지연될 예정입니다.’ 평소에 타던 7호선은 별 일이 없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며... 오랜만에 탄 4호선에 이런 일이...


장애인 단체에서 대체 왜 출퇴근 시간이 시위를 하는 걸까요? 기사를 찾아봐도 시위를 ‘한다’는 소식에만 집중하고 이유에 관해서는 보기 어렵더군요.


서울시는 2015년에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에는 ‘2025년까지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과 ‘2022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100% 설치’ 등이 있었습니다. 마침 올해가 2022년인데요, 과연 지켜졌을까요? 현재까지 22개의 미설치 역사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사실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만 이용하지 않아요. 노약자나 짐이 무겁다면 누구나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다리 깁스를 한 채 이용해본 경험이 있어요.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저도 오늘 출퇴근 길에 시위로 인한 운행 지연을 이연타로 맞으며... 솔직히 짜증이 났습니다. 하필??!  시간에?? 진짜??? 하지만 그들이 목소리를   있는 방법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요. 시위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작년 10 시위 현장을 담은  기사 읽게 되었습니다.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시민들, 그리고 부드럽게 그들을 회유하려는 시민들이 있었어요. 모두의 입장이 이해가 가기에 기사를 읽으며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싸워야 할까요.  문제는 대체 누가 해결해주려는 걸까요.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도 재개발하고, 수도권의 지하철 역은 더 많아지고 있지만 과연 이들을 위한 해결방법은 있는 걸까요?


퇴근길에는 사당에서 10분 정도를 정차한 것 같아요. 사람이 너무 많아 안내 방송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고,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에 정말로 납작만두가 되는 게 아닐까 상상했어요. 서로 밀치고, 언성을 높이고, 짜증 내고... 10분 동안 제 인류애가 바닥으로 쭈욱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있다고??”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서울에 몰리는 걸까. 급 귀촌하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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