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기

연골

by 시은

첫 이야기부터 심장 얘기를 좀 많이 하긴 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체 부위는 연골이다.


동생은 언젠가부터 로봇을 갖고 놀았다.


로봇이 신기한 것보다 처음으로 내 몸이 매우 신기했다. 로봇은 바깥의 사람이 움직여줘야 움직이는데 내 몸은 뭐 덕분에 이렇게 내 의지대로 잘 움직이는 것일까. 매일 움직일 수 있다 보니,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그게 연골 덕분이란 것을 알았다.


주목받지 않으면서, 아니, 눈에 띄지도 않으면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내 안에 있는 거지만, 참 마법 같군.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아주 섬세한 부위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양이었다.


연골의 양은 아주 중요해서 너무 많아도, 혹은 너무 적어도 그게 병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따라 움직임에 지장이 가는 것은 물론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점심시간에 회사동료들과 하는 이야기는 주로 주말에 본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다. 영화나 드라마의 작가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이야기의 작가 이름은 모르지만, 그 이야기를 한다.


어우, 어쩜 좋니, 걔네들. 그 영화는 진짜 재밌더라. 꼭 봐. 꼭.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밥 먹는 자리에서 안 있어도 좋고,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회사 사람들이 지금 당장 내 이름과 존재를 잊어도 좋으니, 내가 쓴 이야기가 밥 먹다 이렇게 이야기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연골처럼. 그렇게 사람들을 이어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림을 넣고 싶어서 컬러링북을 새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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