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이야기
나도 그렇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마다 자주 쓰는 소재나 패턴이 있다. 그걸 쓰는 자신조차 잘 모르기도 한다.
나도 내 패턴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그게 이야기의 배경일 수도 있고, 주제일 수도 있고, 등장인물일 수도 있지만 아주 꾸준히 반복된다.
콜센터에서 일하다가 그 업무에 시달리다 그만둔 어떤 분은 매번 이야기의 배경이 콜센터였다.
여자친구가 2번의 양다리를 걸쳤지만 도저히 헤어질 수가 없어 그 사실을 무시하고 계속 만나고 있는 어떤 분은 호러를 쓰든, 코미디를 쓰든, 멜로를 쓰든, 남주인공은 항상 여자친구가 있지만 맨날 한눈파는 이야기만 썼다.
나는 아끼는 사람을 잃기 싫어서 고군분투하는 을의 이야기를 썼다.
결국 잃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도 있고, 가까스로 그 사람을 지키는 결말의 이야기도 있었다.
현대 배경의 이야기도, 조선시대 배경 이야기도, 어쨌든 아끼는 누군가가 피치 못할 이유로 그 사람과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내 시나리오에서 반복되는 걸, 수십번은 쓴 최근에 알았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이 왜 이렇게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쓰는지 몰랐는데 이런 저런 심리학 책을 엄청 읽어댄 끝에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 반복해서 말하는 어떤 일, 어떤 상황은 그 사람에게는 사무치는 일이기 때문이란다.
그때 그 일이 지나갔으니 괜찮은 척 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은 안 괜찮아서, 그 마음이 그 내용을 쓰게 계속 부추기는 거란다.
나는 모르지만 내 마음이 알고 있는, 떨칠 수 없는 어떤 마음.
그게 아마,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각자의 이야기일 것이다.
#코에 혀닿기 시전하는 봄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