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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은 Nov 25. 2023

나는 정말 재수 없는 딸일까

엄마의 생각이 궁금하다


얼마 전 20~70대까지의 장녀들의 삶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방송을 제작 중이라고 하는 KBS 작가와 PD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인터뷰 및 촬영을 한 일이 있다. 내가 얼마 전 출간한 <장녀해방일지>의 내용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인터뷰는 PD님이 준비한 질문에 내 생각을 답변하는 방식이었는데 인터뷰 중 무슨 맥락에선가 내가 ’빈 말로라도, 장난으로라도 저의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었어요. 솔직히 제 기준이 높은 것일 수도 있지만, 제 기준에서 저의 엄마는 나쁜 엄마였습니다.‘라고 말을 했다. 단호하고, 공격적이고 날 선 나의 뉘앙스 때문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 어머니가 왜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는지 여쭤봐도 되느냐.‘ 고 물었다.




그 질문을 듣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냥.. 내가 느끼기에, 3n년간 나를 대한 엄마를 다각도로 봤을 때 나쁜 엄마였는데 이걸 내가 왜 어떤 부분에서 나쁜 엄마였는지 어떤 예를 들고 어디까지 설명까지 해야 하지.’ 이런 생각. 그래서 피곤하다는 생각. 또 귀찮다는 생각.


아니, 그냥 제가 느끼기에 엄마는 나쁜 엄마 였다니까요?


하지만 방송국에서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 이런 일이겠거니 싶어 오랫동안 갖고 있던 엄마에 대한 내 생각을 털어놓았다. 엄마로 말고, 한 여자로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사실 같은 여자로 봤을 때 멋진 여성이라는 생각도 들고, 사회에서 이런 사람을 만났다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분명했을 거예요. 아니 지금도 엄마가 이뤄낸 어떤 성취나 가치들이 분명 멋있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니 그렇게 살기 위해, 그 성취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느라 아직 어렸던 나를 강하게 팽개치거나 방관하고 방치한 순간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해결하기 힘든 문제였을 거라는 생각은 해요. 그런 순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처받았고, 잊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그 모든 과정 동안, 같은 여자로서 엄마한테 미안한 순간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엄마는 어떤 사회적 제약이나 상황 때문에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모든 책임이, 그 모든 책임이 나한테 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셨고,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고…. “


뭐 그런 이야기.




지금도 나는 엄마가 나쁜 엄마이자, 멋진 여자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이 방송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안 끌지 모르지만) 평범하게, 큰 잘못 없이 한 가정의 어머니로 살아온 엄마를 ‘나쁜 엄마’라고 강경하게 말한 내가 엄청난 욕을 먹을지도 모른다. 욕먹는 건 상관없다. 그저 나로서는 내가 그녀를 ’ 멋진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잘 부각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걱정도 들었다. 그러는 넌, 그러는 너는 뭐 착한 딸이었냐고 비난할 사람들. 미리 나에게 질문해 봤다.


‘난 뭐 대단히 착한 딸인가? 좋은 딸인가?’


아니. 생각해 보니 나도 나쁜 딸이다. 착한 딸이 아니다. 좋은 딸 노릇을 했던 적이 있긴 있었지만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에서 반도 안 된다. 그래도 1/3은 효녀 노릇 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이 모든 건 내 생각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나쁜 엄마가 된 이유는 엄마 탓이 크겠지만 거기에 내 지분도 없진 않겠구나. 아, 내가 나쁜 딸이어서 지금 이렇게 공개적으로 엄마 욕을 하고 있구나, 그런데 엄마 욕만 하긴 미안해서 내 욕도 같이 버무려서 하고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 대한민국의 착하고 평범한 딸이라면 엄마가 속을 좀 썩여도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우울해하다가 분노를 털어내고 그러다 또 싸우고 할 텐데.




그렇게 생각해 보니 나쁜 딸, 이란 말은 나에게 딱 떨어지는 표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쁜 딸, 이라기보다 ‘재수 없는 딸’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엄마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하다가 나만의 결론에 이르긴 했지만 사실 엄마의 진짜 생각이 어떨진 나도 모른다.



나는 엄마가 원하는 내가 되려고 했지만 엄마가 원하는 내가 되고 나서도, 엄마는 끊임없이 더 원하는 게 생겼다.


나 말고, 엄마는 자신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할까. 엄마는 뭘 원했을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멋진 여자지만, 나쁜 엄마였다고 생각할까.


아닐 것이다. 우리는 생각하는 방식이 너무나, 완전히 다르니까. 엄마는 내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생각하실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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