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기

할머니에서 내가 된다면_2

by 시은

주변의 목소리는 여자 나이 27세 정도에서 30대 초반이 결혼 적령시기라고들 했다. 시대의 흐름의 따라 많이 늦춰진 추세지만 내가 27살부터 30살까지는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29살의 내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갖고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사실 사람에게는 결혼 적령기를 적용시키기보다, 결혼적격인인가를 적용시키는 게 합리적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저 나이대인 것은 맞으나, 내가 가정을 꾸릴 정도의 경제형편이 안 되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는 것도 나에겐 욕심이며 상대에게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고, 내가 꿈이 있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답시고 밥벌이를 하지 않거나 가사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 것도 결혼생활에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무 생각없이 친구들이랑 밤늦게까지 놀고 싶은데 가정을 꾸리는 것도, 한 사람에게 매이고 싶지 않으면서 나이 먹었으니 가정 꾸리고 자식 낳았으면서 원래 살던 대로 사는 것도 생활의 무리와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다. 이건 <안녕하세요>가 나에게 가르쳐준 삶의 조언이다. 내가 봤을 때 나는 제대로 결혼 부적격인간이었다.


서울로 와서 함께 글 쓰는 사람들을 만나서 가장 좋았던 것은, 글을 쓰는 것 자체도 좋았지만, 작가로 살고 싶은 삶을 결혼보다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결혼만큼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같은 종류의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서 느껴지는 안도감은 컸다. 비록 현실이 눈곱만큼도 나아지지 않을지라도.


서울에서 같은 공부를 하는 이들을 만나면서 고민의 방향과 불안의 종류가 같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계속해서 안도가 되었다. 이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하면 내 고민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구나, 내 걱정, 걱정다운 걱정 맞구나 하는 안도감 덕분에 현실은 해결해야 할 장애물 투성이지만 든든했다.


미래의 삶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짜 웬만해선 아무도 없다. 그 생각에 있어선 죽을 때까지 자유로워지지 않을 것 같다.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막연한 두려움도 동시에 있었다. 어떤 날은 잘 될 것 같다가 어떤 날은 성공은 커녕 나중에 변변한 일자리도 없이, 남편도 없이, 막판에 너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청소일을 하는 아주머니가 되거나,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되어 근근이 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아니면 최고은작가처럼 젊은 나이에 죽을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러기에는 건강을 꼼꼼히 챙기는 편이었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굶는 건 또 싫어해서 월세를 밀리더라도 좋은 음식까지는 아니어도 먹을 건 제대로 먹고 살긴 했다.


그리고 커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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