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기

크리스마스 2nd

by 시은


앞서 말한 것처럼, 20대의 패기 때문인지 난 잘 될 것 같았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노력을 기울인 첫 도전은 실패했다.


빨리 잘 될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첫 실패는 당연히 우울했다.


항상 쪼들리긴 했지만, 그땐 더 쪼들리는 기분이 컸다. 서울에 올라온 지 1년 반쯤 되었을 때였다.


내가 당시 살던 방이 계약할 때는 보증금 40만원에 월세 40만원이었는데, 6개월 정도 후 십만원이라도 아끼라고 엄마가 보증금을 해주셔서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내고 있었다.


전세는 다 너무 비쌌고. 어쨌든. 돈은 거의 항상 없었다.


그 달, 처음으로 방세에서 3만원인가가 모자랐다. 어떻게든 3만원을 채우려고 했는데, 카드 값은 진짜 10원 단위로까지 맞춰놓은 상태에서 더 쓸 수가 없었다. 쓰고 못 갚으면 신용불량자 되는 거고 신용카드 막히면 나로서는 교통수단을 잃게 되는 거였다.


글을 쓰느라 불규칙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때라 은행단기대출 같은 것도 안 됐던 신용도였다.

집주인 아저씨한테 내일 드릴게요, 내일 입금할게요. 그렇게 방세 내는 날이 6일이나 지났다. 하지만, 나이 서른에 3만원이 없어서, 친구나 부모님한테 돈을 빌린다는 것은 매우 쪽팔리는 일이다. 이건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쪽팔리는 일이었다.


결국 주인아저씨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이런 말씀까지는 드리고 싶지 않았으나……로 시작해서 정말 죄송하다. 그런데 이 나이 먹고 하고 싶은 일 한답시고 서울에 올라는 왔는데, 친구나 부모님께 단돈 몇 만원을 빌리기가 너무 창피해서 그러니 5만원만 깎아주시면 참으로 감사하겠다. 이런 내용이었다.


그때 아마 저녁7시 반쯤에 소주를 사서 혼자 조금씩 조금씩 먹고 용기를 내어 한 시간 가까이 공손하고 깍듯하게 내용과 문장을 다듬어 작성을 했다. 보내기로 마음을 먹는데 또 한 2-30분 지났을 거니까 9-10시 사이였을 거다. 11시가 되기 전에 1이 사라졌지만, 답이 없었다.


창피하고 무서웠다. 이렇게 거절을 당하고, 방을 빼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이 추운 12월에 또 방은 어디서 구하지? 고시원에 도로 들어가야 되나? 너무 고민이 되긴 했지만, 또 너무 긴장을 했고, 술을 먹어서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답이 없었다. 오후 2시까지는. 그리고 카톡이 왔다. 알겠습니다. 입주자들 중에 오래 거주하셨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니까, 선물이라 생각하고 깎아드릴게요.


그래서 2만원이 남았다. 그걸로 정말 오랜만에 치킨을 사먹었다.


IMG_E1975[1].JPG


집중력 떨어지면 눈 앞에 있는 거 그리는 습관 때문에 그린 게 몇 개 있어서 맥락과 상관없이 그냥 올릴까 한다.

언제가 됐든 맥락과 상관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그리도록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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