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당하면 기분이 좋다
학교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법을 배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대본 혹은 시나리오는 ‘눈에 보이게 써야 한다’ 는 가르침이었다.
대본이란 곳에는 이 사람이 얼마나 슬픈지, 기쁜지, 행복한지, 고통스러운지 내면을 ‘설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글을 쓸 때 이야기를 배우기 위해 보통 소설을 많이 읽는데, 소설은 인물의 내면심리를 강렬하고 처절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그것에 감명 받은 독자이자,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글로 내면심리를 묘사하면 안 된다. 행동이 눈에 보이게, 그렇게 써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할 수 없으면, 쓰지 마라.
이 말을 가장 많이 들으며 썼다.
보이지 않는 것을 쓰고 싶으면, 그 장면을 쓰지 마라. 그래도 쓰고 싶으면 눈에 보이게 써라.
이 일을 직업으로 생각한다면, 자신이 쓴 것을 읽고 영화, 혹은 드라마를 연출하는 사람이, 연출을 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연출자가 지금 나보고 어떤 그림을 만들라는 거지, 하고 생각하게 하면 남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거라고, 사람의 시간을 뺏는 것만큼 나쁜 짓도 없다고 말이다.
근데 또 어차피 그렇게 쓴 대본은 어떤 연출가도 연출하고 싶지 않을 거니까, 결국 자기 시간을 스스로 버리게 하는 짓이니 그런 짓은 하지 않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배웠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느낌은 감동적인 것보다는 설득당할 때였다.
내 생각이랑 굉장히 다른데, 아니, 아예 다른데 그게 맞는 말 같을 때.
그래서 내가 살던 방식을 바꾸게 될 때.
나도 뭔가 글을 쓸 때 구구절절하게 쓰는 경향이 있었다. 그게 뭔가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저 말을 들었던 수업 이후로 생각을 바꾼 것 같다. 쓰던 방식도 바꾸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심지어 감동받은 가르침은 어겨도 신경쓰이지는 않는데 신기하게 설득당한 가르침은 계속 나도 모르게 그 방식대로 쓰고 싶다. 그 방식을 벗어나면, 불안하다.
글도 읽으면서 뭔가 볼 만한 걸 같이 올리고 싶은데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서 컬러링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