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아니면 작가_1
어렸을 적, 나는 극히 짧은 기간 동안 도박에 중독된 적이 있다.
이렇게 짧은 기간도 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보름 정도 중독되어있었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나와 2학년이던 동생에게 별 생각없이 포커를 가르쳐주셨는데 거기에 반미쳐버렸다. 무언가 내 심장을 움켜쥐는 기분이란 이런 것일까.
태어나서 그렇게 재미있는 건 해본 적이 없었다.
태어나서 뭔가를 할 때 그렇게 빨리 시간이 지나간 적이 없었다.
오후 2-3시 정도에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10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밥도 안 먹었는데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빠가 이제 잘 시간이라며 판을 접자고 하는 순간에야 시간이 이렇게 된 줄 알았다. 어쩔 수 없이 판을 접고 동생과 나는 방으로 들어가 자기 위해 불을 껐다.
시간이 늦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더 하고 싶다,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소용돌이쳤다.
그때였다.
-누나, 자?
동생도 카드가 하고 싶어 잠이 안 오긴 마찬가지였나 보다.
-아니 안자. 왜?
-우리, 아빠가 가르쳐준 거 조금만 더 하면 안 될까?
-그럴까?
우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일어나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아빠가 보여준 현란한 기술도 쓰고 싶었지만 둘 다 손이 작아서 셔플링을 하다가 카드가 다 튕겨나가서 결국 정석대로 섞고 게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 앞에는 각자 가지고 있던 용돈이 게임을 위한 머니로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날따라 아빠는 촉이 쎄했나 보다. 최대한 조용히 한다고 했는데 새벽에 화장실을 가려던 아빠가 우리 방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라고 한지 몇 시간이나 지난 시간이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시공간이 초월된 순간이었다.
아빠가 방문을 열었을 때 우리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지만, 아빠는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빠 말에 의하면,
동생이 카드를 한 장 까고,
-받을 거야?
했는데, 내가
-콜.
하는 소리에 기가 막혔다고 했다. 그날 오후에 배운 아이들이 수년은 카드를 했던 사람들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카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희들, 뭐해!
하는 소리에 우리는 뭔가 후다닥 하고 판을 덮었는데 딱히 잘못했다는 생각보다,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한 것을 한 것에 대한 움찔함 때문이었다.
당연히 혼이 났다. 나는 화가 났다.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한 것 때문에 혼나고 있다는 것보다, 지금 이 판이 아빠 때문에 접혔다는 것에 대해 더 화가 났다. 왜냐면, 내가 따고 있었으니까.
동생은 울면서 잘못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동생은 더 이상 잃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느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반성을 했나 보다. 아마 표정에도 반성의 기미가 보였는지 더 이상 동생에게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그 점에 있어선 동생이 나보다 착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나 보다. 당연하다. 나는 화가 났으니까. 내가 한참 따고 있었으니까.
-너, 니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모르겠어요. 아빠가 하지 말라고 했다는 걸 빼면 솔직히 내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까지 혼이 나야 되고 1시간이 넘게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얘랑 나랑 누굴 때린 것도 아니고, 우리가 카드게임 조금 오래 했다고 누구한테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니고. 돈을 가지고 했다고 뭐라고 하셨는데, 어차피 이거 우리 돈이잖아요. 솔직히 그렇게 나쁜 거면 아빠가 가르쳐주지 말았어야지, 낮에 우리가 씨름하자고 하니까 아빠가 우리랑 그거 하기 피곤하다면서 이게 더 재미있다고 가르쳐줘놓고 왜 우리한테 이렇게 혼을 내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