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의 시작은 이랬다
독서모임을 만들고 1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운영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운영이 되고 있다, 혹은 얼렁뚱땅 굴러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사 오기 전 살던 동네에서 독서모임의 회원으로 3년 정도 참여를 했다. 난 꽤 성실한 회원이었다. 책 읽는 수준이 높은 고급의 독자까지는 아니었으나 대부분의 책은 완독 했고 지각한 적도 없었다. 타 지역으로의 이사를 망설인 이유 중 하나가 그 모임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모임에 대한 애정은 컸다.
이사 온 후 집 정리며 아이 전학 등 일상이 안정되어 가자 제일 먼저 한 일이 독서모임을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지역 도서관에도 문의를 해 보았는데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도 없다고 했다. 이럴 수가. 이사 오기 전 살던 동네 도서관에는 독서모임만 2, 3개 있었는데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동네에 독서모임 하나가 있는 걸 어렵게 찾았다. 주로 읽는 책도 자기 계발서나 경제경영서가 아닌 문학, 인문학 책 위주였다. 하지만 평일 아침 시간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후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고민 끝에 내가 모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극도로 내성적인 성향이지만 이상하게 책모임은 마음이 편했다. 이 동네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지역 카페에 글을 올리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관심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 댓글을 단 사람들이 전부 모임에 나오지는 않는다는 걸 다년간의 독서모임 경험으로 알고는 있었다. 댓글을 10명 좀 넘게 달아주셨다. 반만 나와도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5명의 카페 회원들이 오프라인 모임에 나와주셨다. 첫 모임 때 기분은 신기하고 얼떨떨했다. 그저 게시글 하나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게 다인데 이 사람들이 나를 너무 대단한 독서가이거나 프로페셔널한 독서모임 운영자로 생각할까 봐 부담이 돼서 저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니 다 같이 이 모임의 운영자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 분의 아이디어로 독서모임의 이름이 정해졌고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책 한 권씩을 선정해서 다 같이 읽고 토론하자고 대강의 틀이 정해졌다. 발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독서모임 책들이 권하는 대로 좀 엄격하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처음 참여하는 분들도 많고 대부분이 어린아이 키우는 전업주부라 발제를 따로 정하지는 말자고 결정이 났다. 그리고 너무 실용적인 책, 이를테면 자기 계발서나 경제경영서, 육아서 등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게 벌써 1년도 전의 일이다. 그때부터 꾸준히 2주에 한 번씩 만나 벌써 32권의 책을 읽었다. 비록 취업 등의 기쁘지만 아쉬운 소식으로 인해 모임을 떠난 분들도 있지만 빈자리는 또 다른 분들로 채워지면서 현재 6명의 회원들이 모임의 자리를 든든히 채워주고 계신다. 물론 그분들이 함께 책 읽고 이야기 나누고픈 자리가 고파서 참석하는 거지 날 보고 오는 건 아니란 걸 알지만 그래도 꾸준히 나와 주심에 너무 감사하다. 함께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잘 알고 있어서 이런 모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