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웃음이 나는 티파니 목걸이

목이 짧아 슬픈 짐승, 티파니 목걸이

by 뉴새로미

미국 시카고에서 미대를 다닐 때의 일이다. 그 당시, 그저 흐름대로 살다 보니 어쩌다가 의사 남자친구를 사귀었었다. 심지어 환자와 의사로 만나 스타벅스에서 마주치고 진짜 무슨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운명인 것처럼 그렇게 사귀게 되었는데 첫 만남이 너무 강렬했어서인지 행동 하나하나가 설레는 그런 풋풋한 연애를 오랜만에 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남자친구가 선물해 준 것들 중 버릴 수 없는 것 하나를 꼽자면, 그가 선물해 준 티파니 목걸이다. 손가락도, 목도 짧은 스타일의 나라서 주얼리를 잘 안 하다가 서른이 되고 하기 시작했다. 나이 먹으면 반짝이는 것들이 좋아진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보다. 그 당시 스물 초중반 때여서 주얼리를 전혀 안 했었는데, 이유야 많았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심플하게 그냥 내게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친구가 목걸이 하나를 선물로 줬다, 무려 티파 니 걸로.


무려 "목젖 목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하하.


직접 채워준다고 내 뒤에서 정말 로맨틱하게 목걸이를 채워줬다. 그 당시 시카고 피자와, 가렛팝콘으로 키가 167.8에 몸무게가 80kg으로 거구였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쇄골 아래까지 여유 있게 떨어져야 할 저 망할 놈에 참이 목젖에서 달랑거렸다.


"잭 (전남자친구 이름), 그... 목걸이가 많이 작은 것 같아"



로맨틱한 분위기를 생각했다. 예쁘게 착용하고, 감동의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서서 드라마처럼 남자친구의 가슴팍에 폭 안기는 그런 상상을 했는데. 목젖에서 저 하트모양 참이 달랑거리는 꼴이라니. 말을 할 때마다 참이 목젖에서 춤을 췄다.


"그 정도면... 괜찮은 거 같아..... 하하"


누가 봐도 안 괜찮은 비주얼에 남자친구도 나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목을 돌리면 목걸이가 터져버릴 것만 같아..."


정말 목걸이가 조금만 목을 틀으면 터져버릴 것만 같아, 서둘러 목걸이를 빼냈다. 어찌나 웃었는지 그날 둘 다 목이 다 쉬었던 기억이 있다. 2년쯤 사귀었으려나. 나는 대학교 2학년이었고 연애만으로도 만족하는 나이었기에 결혼은 생각도 없었는데. 남자친구집 방문뒤 결혼이야기가 나왔었다. 결혼을 빨리해서 내조를 받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고, 나는 앞날이 창창한 디자이너가 꿈인 학생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생각이 달라 천천히 멀어졌던 것 같다. 헤어지고 택시 안에서 어찌나 울었던지, 그야말로 김연우의 "이별택시" 저리 가라였다. 내가 원해서 했던 이별이었는데, 내가 더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났더라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가끔 상상하곤 한다.


이 작은 목걸이에 행복도 슬픔도 다 담겨있어서 버릴 수가 없다. 비록 지금은 착용하고 다니진 않지만 이사를 할 때마다 티파니의 푸른 파우치 안의 저 목걸이를 열어보고 전남자친구와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떠올린다.

이 목걸이를 채워주던 당시가 너무 웃기고 서로 숨도 못 쉴 정도로 웃음이 터져 나왔어서 그 기억에 가끔 내 보물상자를 열어볼 때마다 똑같이 웃음이 나곤 한다.


비록 저 당시에는, 저 "목젖 목걸이"는 도저히 하고 다닐 수가 없어, 줄을 새로 바꿔서 착용했었는데. 이상하게도 내 남자친구들은 목걸이 선물을 자주 해주는 것 같다. 현 남자 친구도 올 생일에 목걸이를 선물해 줬다. 선물을 개봉박두하고 직접 채워주려고 하길래, 전 남자친구와의 기억이 떠올라 목걸이를 잡아채고 "나중에 해볼게"라고 하며 그 순간을 무마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졸업하고 한동안 주얼리 디자이너로 일을 했었고, 이번에 남자친구가 선물한 목걸이가 누가 봐도 짧은 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내 몸무게가 전 남자 친구가 목걸이를 선물한 당시보다 살짝 덜 나가는 것을 감안해서라도 저 목걸이는 목젖 살짝 아래에서 덜렁거릴 것이 분명했기에, 그 웃긴 상황은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선물을 감사히 받고, 몰래 화장실에 들어가 목걸이를 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목걸이 참이 목젖 근방에서 영롱히 빛나고 있었다. 목이 짧고 두꺼워 슬픈 짐승이 바로 나란 말인가.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7화38년 된 배냇저고리와 천 기저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