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온전히 녹아있는 엄마의 선물
중학교 1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캐나다로 언니와 유학길에 올랐다. 그때가 2004년쯤이었나. 유학 붐이 일었던 때였다. 어릴 적 교육에 열정이 남달랐던 엄마였지만, 어릴 때 크게 아팠었고 바로 결혼과 임신으로 원하던 공부를 하지 못했었기에, 자식들은 최고의 교육을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셨었다고 한다. 뭐든지 정말 완벽한 엄마는, 새벽 2시에 퇴근을 하고 6시에 일어나 우리들 밥을 해주고 등교를 시켜주며, 끼니를 한 번도 거르지 않게 하셨고 또 실내화나 옷을 한 번도 지저분하거나 해지게 입히지 않았으며 매 철마다 옷을 새로 사주셨다. 방학 때면 놀이공원, 식물원, 계속 그리고 스키장으로 방학 때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해 주셨고 결국엔 유학까지 보내주셨다. 집안에 대단한 여유가 있어서도, 시간이 남아나서도 아니고 그저 자식을 위한 희생과 사랑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에서 엄마는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어 했고 지금까지도 완벽한 엄마이다 그리고 그런 엄마가 우리에게 남긴 선물이 있다.
나와 같이 엄마와 할머니도 장난기가 많아서 엄마도 할머니도 나를 놀리면서 키우셨다. 언니랑 나는 너무나도 다른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키우는데 힘도 들었지만 재미도 무척 있었다고 한다. 언니는 여성스럽고 조용했으나, 나는 남자아이 같고 장난기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어 30분만 봐도 지치는 아이였다고 한다. 사진으로 그게 인증이 되려나? 내 어릴 적 이야기를 하시며 엄마는 늘 "미친 아이를 키우는 것 같았어"라고 하셨다. 그 썰들이 너무 많아 풀려면 한 권의 책이 될 정도이다. 나중에 성공하면 에세이집을 내고 싶다, 이런 애도 성공했다.....라는 내용으로다가.
93년이면 내가 3 살 때였나 보다. 서울대공원 놀러 갔을 때 찍어주신 사진이라고 한다. 장난꾸러기스러움이 얼굴에 있다. 정말 온 가족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평생 이렇게 자랑하고 다닐 만 틈 큰 사랑이라, 어딜 가서 가족이야기나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면 "너는 진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나 봐, 그래서 늘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 같아"라는 말이나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자란 나의 뒤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는 어릴 때 우리가 입었던 배냇저고리와 면 기저귀를 모두 보관을 하고 계셨다. 사실 어릴 때 장롱 한편 보자기에 켜켜이 쌓여 보관되고 있었던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사실,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유학을 하게 되고 방학 때 한국을 나가게 되면 오랜만의 집이 반가워 여기저기 들쑤시고, 어릴 때 사진을 꺼내보고 하는 게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너희들이 자식을 낳고, 이것들을 물려주는 날이 오게되면 굉장히 느낌이 이상할것 같아. 너무 설레기도하고 또 그쯤되면 엄만 많이 늙어있겠다..." 이 말을 참 많이도, 오래 들었었는데....올해, 엄마의 첫 손주가 태어났다. 감회가 새로운데, 조카가 태어나자마자 나는 조카의 탄생도 기쁘지만 엄마의 나이듦이 피부로 와닿아 슬픔이 더 컸다.
새하얀 천 기저귀와 배넷저고리.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를 했는지, 새하얗고 어디 하나 닳은 곳 없이 새것만 같았다. 엄마는 이사를 할 때마다, 종종 기저귀와 배냇저고리가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서 빨았다고 했다. 무려 38년을. 요즘은 시중에 판매하는 일회용을 많이 쓰지만. 내 또래에는 천 기저귀를 많이 썼다고 한다. 쓰고 빨고 삶아서 쓰는 것으로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엄마들이 많이 힘들었겠다 싶다. 엄마는 언니가 쓰던 것을 내게 물려주고 그 기저귀와 배넷저고리들을 이번에 언니의 아들인 도이에게 물려줬다. 올 초에 언니가 아들을 낳고, 그 기저귀가 내 첫 조카의 샤워 수건이 되었다고 했을 때 기분이 되게 묘했다.
38년, 오래되기도 해서 끝이 마치 오래 입을수록 편해지는 파자마처럼 흐물거리게 되었는데. 도이는 이걸 덮고 자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20살이 된 지 얼마 안 돼서 엄마는 언니를 낳았는데. 그리 어린 엄마가 어쩜 이런 걸 보관하고 지금까지 짊어지고 다닐 생각을 했는지, 여전히 엄마의 사랑의 깊이가 가늠이 안 될 때가 있다. 나였으면 다 짐이라고 진작에 버렸을 텐데 말이다.
"왜 안 버리고 이걸 여태 보관할 생각을 했어?"
"그걸 어떻게 버려... 똥 뭍은 기저귀도 귀하고 귀해서 버릴 수가 없었어. 애기였던 너희들 손때 뭍은 거라서"
그럼 그냥 그 당시에는 웃으며 넘어가곤 했는데, 이제 나도 아기를 낳을 때가 되었기에. 아니, 어쩌면 좀 지나쳐버리고 있는 시기이기에 엄마가 보관하던 배냇저고리와 천기저귀만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묘해지며 눈물이 난다. 언젠가 내 자식이 생겨서 도이가 지금 쓰는 저것들을 물려주게 될 때는 또 다른 감정이 내 안에 휘몰아치겠지? 왠지 너무 벅차서 눈물부터 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