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 우리 언니는 35년 동안 저만의 소중한 등대였습니다
사랑하는 언니가 2025년 3월, 겨울의 끝 봄이드리웁기 전. 겨울과 봄사이의 내가 좋아하는 계절에 결혼을 했다. 언니와 형부는 무려 11년 연애를 했다. 언니의 연애가 참 신기했던 게, 사실 우리 언니는 정말 연예인처럼 예쁘고 고등학교 때도 학교에서 7명 이상이 동시에 언니를 좋아한 적도 있는 데다가 머리도 좋아서 그야말로 요즘말로 갓벽한 여자다. 스물 중반까지도 연애를 안 하더니 유럽에서 의대를 다니다가 형부를 만나 결국 결혼을 했다. 평생 남동생과 나의 큰 등대처럼 폭풍 속에서도 길을 알려주는 등대처럼 언니는 우리에게 그런 존재였는데. 언니의 결혼이, 정말 너무 좋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싫기도 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마냥 언니의 결혼이 달갑지는 않았다랄까. 나는 너무 감정적인 사람이라, 어떤 판단을 할 때 늘 감정이 우선이라 손해 보는 일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언니는 나의 결정에 늘 길라잡이가 되어줬었다. 그런 언니가 결혼이라니, 더 이상 우리와 함께 살지 않는다니 믿기지가 않았다랄까.
언니가 결혼하고 갖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봤다. 셋다 유학을 할 때 용돈을 받고 지냈었던지라, 언니는 늘 자린고비 같은 인생을 살았다. 엄마가 번 돈으로 흥청망청 쓰고 살고 싶지 않다고 아끼고 아끼며 살았다. 돈이 있으면 그냥 써버리는 나와는 정 반대의, 선비 같던 사람. 그런데 그런 언니가 아예 금전적으로도 독립을 해 버리더니, 나에게 결혼하고 주는 첫 선물을 고르라고 했다. 언니가 준 선물이라고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또 매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오래 했다. 그렇게 하다 받은 게 에르메스 반지였다. 지금도 문신처럼 매일 하고 다니는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물건 중에 하나, 내게는 세상 제일 소중한 반지.
결혼은 언니가 했는데, 내가 언니랑 한 것 마냥 이 반지를 매일 차고 다닌다. 그저 언니가 준 선물이라서가 아니라. 이 반지에 담긴 의미가 내게는 좀 특별했다. "언니를 떠나보냄" 이 담긴 반지랄까. 언니가 결혼을 하니 생각보다 많은 게 달라졌다. 유학을 할 때는, 언니가 사는 집에 가는 게 내 집 가듯 편했다. 엄마가 주신 돈으로 구한 집에서 언니도 유학을 했으니, 그 반대로 언니가 우리 집 오는 것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형부와 언니가 번 돈으로 구한 집에서, 둘이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으니 집에 가는 것조차 영 불편해졌다. 가족이라는 연결고리가 10개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절반으로 끊어진 느낌이다. 이번에 언니가 조카를 낳았다, 튼실하고 귀여운 남자아이를. 언니가 아기를 낳고 나니 더더욱 그 언니와 나의 사이가 조금 소원해진 느낌이 돈다랄까. 매일 연락하고 지내다가, 언니는 결혼을 하고 너무 바빠져서 열흘에 한 번꼴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마저도 짧게 안부인사정도로 끝이 난다. 예전에는 수다 떨다가 1시간 넘게 통화하는 게 기본이었는데 말이다. 나 또한 바빠서 언니를 잊고 살 때가 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건 아니지만 살다 보니, 정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반지가 더더욱 소중하다. 반지를 볼 때마다, 언니 생각을 한다. 나만의 등대였던, 지금은 조카의 등대가 되어 줄 우리 언니. 조카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는다, 폭풍 속에서도 잠잠함을 잃지 않게끔 언니는 옳은 길로 조카를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