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진 Feb 21. 2021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인디씬을 인디씬 답게 유지하기

 제아무리 인디씬이 자유롭다 하여도 과연 얼마나 자유로웠나 의문이 든다. 홍대 인근을 거점으로 성장한 한국의 인디씬이 유난히 그렇다. 다양한 음악, 색다른 문화, 경계 없는 시도들이 활기찬 시너지 효과를 낼 것만 같던 이곳은 이미 여러 차례 ‘수단’이 되어 귀속됐다. 1990년대 초 홍대 인디씬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소위 ‘날라리’들의 집합 장소이자 강한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반(反)문화의 성지라 폄하 받더니만 어느 순간 진짜 음악인이 되기 위해 한 번쯤 거치는 장소로 추앙받았다. 이는 홍대 앞 상가들이 묵은 떼를 씻고 예쁜 카페로 탈바꿈하던 2000년대 초중반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다.


 매스컴은 인디씬을 다시 그려나갔다. 그즈음 맹인기를 끈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흥은 이 같은 흐름에 불을 붙였다. 기타와 보컬 혹은 밴드로 이뤄진 음악가들이 주목받았고 몇몇 그룹의 특징이 그대로 인디씬 음악의 트렌드가 됐다. 거리를 수놓던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움트던 활기가 저물었다. 그 틈새를 높고 커다란 명품 매장이 채웠다. 인디씬의 무늬만 끌어온 주목에 2호선 홍대입구역은 늘 만원 관광객으로 가득 찼지만 알 사람들은 다 알았다. 호시절은 떠났다. 인디씬은 과거의 활기를 잃었다. ‘라떼는.. 라떼는 말이야’ 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꼰대스럽게만 느껴지지도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는 인디씬의 희망을 한차례 더 꺼트렸다. 정확한 날짜도 알 수 없는 몇 달 전 ‘퀸라이브홀’이 문을 닫았다. 이대와 신촌 기차역 사이에 놓인, 늘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안고 있던 공연장이다. 수도 없이 많은 날을 그 클럽에서 보냈다. 생전 처음 본 사람들과 몸을 부딪치고 노래를 부르며 어디서도 만져보지 못한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가졌다. 이때의 기억들 덕에 지금까지 음악 일을 하며 적지만 밥벌이를 하고 있음을 단연코 확신한다. 그런데 그 클럽이 사라졌다니. 이를 뒤늦게 어떤 기사 속 인용된 한 줄로 만났다.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인 걸까, 혹은 관심 있게 챙기지 못한 내 탓인 걸까. 어느 쪽이 됐던 시원‘섭섭’함을 감출 도리가 없다.


 사라진 건 이곳뿐만이 아니다. 작년 11월, 사실상 9월부터 문을 닫고 있던 브이홀이 폐업을 선언했다. 인근 라이브 클럽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5~6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널찍한 공간과 탄탄한 사운드로 사랑받던 인디씬의 대표 공연장이다. 이외에도 무브홀, 에반스 라운지, 살롱 노마드 등 홍대 인근 공연장 10여 곳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한국레이블산업협회와 라이브클럽 협동조합에 따르면 코로나 19가 확산된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취소된 공연만 432개, 예상 피해액은 전국 기준 약 1,650억이다.


 그럼에도 해시태그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운동을 필두로 인디씬이 다시 도움닫기를 시도한다. 뮤지컬, 연극, 영화관 등이 ‘일반관리시설’로 지정되어 비교적 공연이 자유로운 데 반해 스탠딩을 하는 라이브 클럽은 ‘중점관리시설’이어서 공연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얼마 전 홍대 라이브 공연장 대표들이 모여 ‘한국대중음악공연장협회’도 조직했다. 집객 기준을 완화하고 스탠딩 공연장 기준을 삭제하기 등을 중요 의제로 내세웠다. 쓸데없이 온라인 공연이 가능한 공연장을 만들고 관련 정책에 290억원을 지원할 게 아니라 언택트 공연을 실행할 수 있는 장비를 지원해달라는 보다 실효성 높은 의견들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이들의 존재가 제대로 주목받기를 원한다. 정확히 형태를 보고 확실한 처방을 하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눈앞에서 몇 번이고 인디씬이 입맛에 맞춰 취급되는 것을 보아왔다. 인디씬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 다양성은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소리 낼 수 있는 공연장에서 나온다. 그 안에 역사가 있고 거기에 힘이 있고 그래서 미래가 있다. 공연장을, 클럽을 지켜야 한다. 그들의 무대를 계속해서 남겨주고 넘겨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이징 컨트리 악동? 모건 월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