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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진 Feb 15. 2021

라이징 컨트리 악동? 모건 월렌

여러 모로 21세기형 동시대 아티스트 모건 월렌.

빌보드 차트에 주목할 만한 뮤지션이 나왔다. 모건 월렌(Morgan Wallen). 2018년 < If I Know Me >로 메인 스트림에 발을 디딘 그의 두 번째 정규 음반 < Dangerous : The Double Album >이 무려 4주 연속 앨범차트 1위를 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핫 100 싱글차트의 40위 안에 한 곡이라도 들면 3대가 먹고 산다는 우스갯소리대로라면 그는 이미 몇 대는 너끈히 먹고살 아티스트가 됐다. 2020년 여름, '7 Summers'가 6위로 데뷔했고 얼마 전 'Wasted on you'는 9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소포모어의 30개 수록곡 중 19개 트랙을 핫 100에 올리며 라이징 스타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누구인가.

                                                        


#1. 컨트리

모건 월렌을 톺아볼 키워드는 많다. 먼저 그는 '컨트리' 뮤지션이다. 흔히 백인의 음악으로 일컬어지는 컨트리를 중심으로 곡을 쓰는 월렌은 1999년 가스 브룩스(당시 그의 또 다른 자아인 크리스 게인스의 이름으로 발표됐다)의 'Lost in you' 이후 21년 만에 컨트리 노래로 탑텐에 데뷔한 남성 아티스트가 됐다. 물론 여성은 테일러 스위프트다. 우리나라에서 컨트리가 조금은 고루한 취급을 받는 데 반해 본토인 미국에서는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다. 2018년에는 비비 렉사와 컨트리 듀오 플로리다 조지아 라인이 함께한 'Meant to be', 2019년에는 댄 앤 셰이와 저스틴 비버의 '10,000 hours'가 사랑받았다. 테일러 스위프트나 'Old town road'로 그야말로 열풍을 일으킨 릴 나스 엑스는 말할 것도 없다. 또한 1967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온 CMAs 즉, 컨트리 뮤직 어워드는 미국 내 여전한 컨트리의 지분을 보여준다. 같은 시상식에서 2020년 월렌은 올해의 뉴 아티스트 상을 거머쥐었다.


다만 그의 상승세에 컨트리는 주요한 접착제가 아니다. 앞선 많은 뮤지션처럼 그에게도 컨트리는 그저 컨트리스러움으로 자리할 뿐이다. 명백히 컨트리적인 향취를 풍기나 그것이 중심 동력은 아니다. 그 앞에는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와 잘 들리는 준수한 멜로디 라인이 놓인다. 2 CD에 30개의 노래를 꽉 채웠지만 듣기에 부담감이 없다. 자전적인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부분 미드 템포의 발라드를 수놓은 전략이 정확하고 매끄럽게 먹혀들었다.

                                                      


#2. 틱톡

이때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틱톡(TikTok)이다. 마치 '21세기 아티스트는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책이 있으면 빼놓지 않고 한자리 차지할 바로 그것, 틱톡. 길고 긴 무명 생활을 끝내게 해준 도자 캣의 효자 곡 'Say so', 팬데믹 시대에 급물결을 탄 두아 리파의 'Don't start now'을 비롯해 작년 말, 1977년 발매된 플리트우드 맥의 'Dreams'는 싱글차트 21위로 재진입하기에 이른다. 레이 슈레멀드(Rae Sremmurd), 메간 더 스탈리온 등 틱톡 특수를 누린 뮤지션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월렌의 '7 Summers'도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중 잠깐 재생한 곡의 일부가 클립으로 SNS를 떠돌다 틱톡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팬들이 먼저 알아본, 하마터면 빛을 못 볼 뻔한 이 노래는 현재 그의 대표곡이 됐다.                                                   


#3. 악동

이렇게 호시절을 걷는 듯했던 그의 행보에 지난 2월 2일 급제동이 걸렸다. 내슈빌에 있는 자신의 집에 들어가던 중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니거(Nigger)'를 크게 외친 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단 하루 만에 월렌의 소속사 Big Loud Records는 그와의 계약을 무기한 연기했음을 발표했다. 각종 라디오 역시 그의 음악 송출을 전면 중지 했고 여러 음악 플랫폼에서 그의 사진이 지워졌다. 일찌감치 컨트리 음악협회(Academy of Country Music)도 연례 시상 후보에서 월렌을 빼겠다고 선언했다. 문제의 영상이 공개된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눈여겨 볼 것은 이 발 빠른 음악계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월렌의 음악이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MRC Data의 분석에 따르면, 사건 다음 날 노래들의 라디오 에어 플레이가 전일 대비 70% 감소한 데 반해 앨범 판매량은 589% 증가했고 음원 판매량은 261% 상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N워드(Word)의 사용이 잡음은 많지만 음악 커리어의 상승을 이끈 꼴이 됐다. 이는 몇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첫째, 의도치 않은 노이즈 마케팅. 월렌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던 리스너들이 스트리밍이 막히자 그의 음악을 직접 구매하기 시작했다. 둘째, 반발심. 그에게 가해진 조치가 과하다는 일부 팬들에 의해 월렌 노래 구입하기 운동이 벌어졌다. 하루가 지나 그의 곡 5개가 아이튠즈 10위 안에 올랐다.

                                                  


#4. 흐름

그의 존재와 행위는 2021년, 오늘날 여전히 많은 쟁점을 남긴다.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캐치프레이즈가 시대의 목소리가 된 현재, 백인의 음악을 하는 모건 월렌이 내뱉은 단어는 비단 공적인 자리가 아니었다고 해도 문제적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에 동의를 표하듯 이례적으로 사건이 터지자마자 음악씬 전체가 움직였다. 그리고 이유야 어찌 됐든 그를 지지하는 행동들도 동시에 일어났다. 바로 여기서 월렌을 둘러싸고 '예술과 창작자를 분리할 수 있는가' 하는 지난한 싸움이 다시 움트기도 한다. 그 고답적 분쟁을 정리할 명쾌한 답을 내릴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적어도 지금 음악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가를 괄호에 넣어 보호하지 않고, 괄호에 넣어 제외한 흐름들이 반갑다. 이 적극적인 정치적 행위 앞에 선 모건 월렌. 여러모로 그의 이름 옆엔 챙기고 바라볼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컨트리, #틱톡 #악동 #흐름 그리고 #변화, 아 이 얼마나 '컨템포러리(Contemporary)'한 뮤지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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