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신은 종국에 절망 너머의 햇살로 향하고 있다
커리어 정점을 안긴 < Be The Cowboy >(2018) 이후, 2019년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한 미츠키. '지옥의 월계관'이란 뜻의 6번째 정규음반은 그런 그가 모처럼 들고나온 신보다. 멈췄던 음악 활동의 시작을 '지옥'으로 응축해 설명하다니. 늘 솔직한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 왔던 그이지만 과연 이번 앨범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내면을 공개한다. 음악 신을 떠났던 이유.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신이 느낀 감정들. 그 모든 것이 여기, 지옥의 월계관이란 이름으로 흘러나온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학업과 연계해 발매한 2장의 음반을 거쳐 3집 < Bury Me At Makeout Creek >(2014)부터 평단과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신시사이저와 일렉트릭 기타, 나아가 전자음을 기초로 모든 곡을 직접 만들고 표현했다. 콘셉츄얼한 노래도 노래이지만 미츠키를 하나의 명사로 만든 것은 단연, '표현력'.
초창기 대표곡 'Your best American girl'의 뮤직비디오 속 미츠키는 한때 '최고의 미국 여자'가 되고자 했던 자전적 경험을 직접 풍부하게 연기한다. 별다른 의상도 갖추지 않은 채, 노메이크업으로 무대에 올라 음악을 토해내는 여러 라이브 영상은 또 어떤가. “무대에 섰을 때만 진정한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고백한 한 인터뷰 속 말처럼 음악 앞에서 미츠키는 누구보다 투명하다. 그 진정성이 곧 음악과 무대를 휘어잡는 장악력으로, 표현력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11개의 수록곡. 30분 남짓의 러닝타임. 길었던 휴식 기간에 비해 얼핏 단출한 듯 보이는 챕터는 그래서 더 빠르게 핵심을 파고든다. '어둠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노래하는 첫 곡 'Valentin, Texas'는 일순 돌변하는 사운드로 듣는이를 '풍덩' 음반 안에 빠뜨린다. 곧이어 '일하는 것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 말하는 어두운 분위기의 'Working for the knife'와 전매특허인 감성적 신스팝 트랙 'Stay soft'로 이어지는 도입부에 주목해보자. 이는 중후반부 앨범이 견인할 응집력을 예고하고 대표한다.
이 단단한 음악 사이 연결은 늘어지는 'Everyone', 잔잔한 엠비언트 사운드만 담긴 'I guess' 앞에서 위기를 맞는다. 해답은 역시 메시지. 의도적으로 늘어뜨린 선율은 되려 그 노랫말에 주목하게 하는데 이를 통해 미츠키는 어둠을 향해 문을 열어 두었지만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은 마음들을 고백한다. 특히나 중후반부 'The only heartbreaker', 'Love me more'을 거쳐 업, 다운 템포를 오가는 'There's nothing left for you', 'Should've been me'에 다 다르면 서로 다른 분위기를 배치한 음반의 구성이 뚜렷한 목적의식을 지녔음을 깨닫게 될 수밖에 없다.
미츠키는 신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Laurel Hell >은 변신을 위한 사운드트랙과 같다.”
그렇다면 지옥을 키워드로 음반을 표현하고 대부분의 수록곡에 '어둠'을, '지옥'을 소환한 작품은 결국 무엇을 위한 변신을 선언하는가. 정답은 끝 곡 'That's our lamp'에 있다. 마치 흥겨운 축제의 BGM인 양 진행되는 노래는 혼섹션을 활용해 희망찬 삶의 사운드트랙을 그린다. '램프(lamp)'의 빛이 '인생은 아름답다'는 고백의 단서가 될 수도 혹은 그럼에도 '쓸쓸한 삶의 단면'을 묘사한 것일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그가 마침내 빛을 주목했다는 것이다. 어두울수록 더 밝게 빛나는 것이 램프의 속성인 것처럼 음반이 바라본 변신은 종국에 절망 너머의 햇살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