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색을 뺀 리더 RM의첫 번째 정규음반 [Indigo]
12월 2일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의 첫 번째 정규음반 [Indigo]가 발매됐습니다. 데뷔 이후 개인 활동을 자제하던 이들이 지난 6월 당분간의 단체 활동 중단 선언을 한데 이은 결과물입니다. RM 커리어에서는 2018년 내놓은 믹스테이프 [mono.] 이후 4년 만의 작품입니다. 전작이 모노톤의 어두운 감정을 나열했다면 신보는 청바지의 기본 색인 ‘인디고’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일상에 근접한, 따뜻한 색을 앨범의 핵심 컬러로 선정한 것인데요. 과연 그만큼의 소담한 RM의 생각, 감정, 사고가 음반에 담겨 있습니다. 반짝이는 팝스타의 화려함보단 이십 대를 마무리하는 뮤지션 RM 혹은 인간 김남준의 현재를 그린 [Indigo]를 소개합니다.
이미지 출처: 빅히트뮤직
앨범의 첫인상은 ‘아, 대중적이다’였습니다. 10개의 수록곡 모두가 매끈한 선율을 지니고 있었고, 토해내는 성찰, 써 내려간 가사들이 저마다 명확한 감정을 풀어내는 덕에 각 노래의 인상이 뚜렷하게 자리 잡혔습니다. 그중 돋보였던 건 RM의 ‘시선’입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로서 매스컴에 비춰줬던 철학적이고도 강단 있는 면모가 대중적인 선율을 놓치지 않으며 노래에 담겨있었습니다. 에둘러 외로움을 거부하지 않고, 불안정한 현실을 받아들이되, 이에 지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혼자 섬에 갇힌 듯한 외로움을 털어놓는 ‘Lonely’, 타는 불꽃 말고 들꽃처럼 오래도록 남고 싶다고 고백하는 ‘들꽃놀이’ 등이 그랬습니다. ‘All day’에서는 인공지능이 지배한 사회에서 사색을 필요성을 강조하고, ‘건망증‘에서는 자연의 색을 좋아하며, 공원 산책을 즐기는 나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지극히 솔직하게 현재의 생각들을 풀어내어 그가 지닌 지금의 생각과 시선이 살결 가까이에서 느껴집니다. 팝스타 혹은 아이돌로서 손 닿을 수 없는 위치에 있을 것 같던 그가 여기 우리네 곁으로 향해옵니다.
근래 이 정도로 다양한 피처링 진을, 이토록 적재적소에 가미한 작품이 있었을까요? 음반 청취 전, 수록곡 옆을 빼곡히 채운 피처링 명단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일면, ‘RM이 사랑한 음악가 모음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소 그가 공공연히 애정을 밝혀왔던 음악가와 노래의 색을 십분 살려주는 완숙한 보컬 등이 더해져 앨범을 더욱 녹진하게 만들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가 도움을 청한 이들이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펼쳐져 있고 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1990년대 후반 네오소울 부흥의 선봉장 에리카 바두(Erykah Badu), 국내에 ‘Leave the door open’이란 곡으로 잘 알려진 프로젝트 그룹 실크 소닉의 멤버 앤더슨 팩(Anderson Paak)부터 에픽하이의 타블로, 포크 뮤지션 김사월, 밴드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 싱어송라이터 박지윤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많은 음악가가 음반에 함께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빅히트뮤직
대중적으로 익숙한 이름과 조금은 생소한 이들이 교차하는 와중, 시너지는 한결같습니다. 자주 찾아볼 수 없는 이 독특한 협업에서 색다른 에너지가 넘쳐 흐릅니다. 인디씬을 중심으로 강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김사월과 함께한 ‘건망증’을 추천합니다. 맑고 담백한 김사월의 목소리와 RM의 보컬이 얹힐 때, 짜릿한 청각적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가 가장 즐겨 들은 곡은 ‘Still life’, ‘들꽃놀이’ 그리고 ‘No.2’입니다. 공통점이 무엇일까 고민해보았는데, 모두 음반 내에서 ‘자신감에 기초한 위로’를 건네는 곡이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삶은 계속해서 흐르고, 때로 빛나는 내 삶이 찬란한 맨발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뒤돌아보지 말고, 내가 날 지킬 수 있을 거라는 위로 혹은 주문. 음반에는 그런 메시지들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최정상에 서 있는 아이돌이 어떻게 이리도 허세 없는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인지.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이리도 매끄럽게 묶어낼 수 있는지. 여러모로 만족하며 즐겨 들었던 앨범입니다. 감히 연말 발표된 올해의 음반이라는 감상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29살의 자화상을 녹여낸 RM의 [Indigo]와 함께 12월을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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