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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Sep 14. 2020

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교사로 거듭나기

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매년 3월에 새로운 아이들과 만납니다.

누구나 그렇듯 새로운 만남은 설레기도 하지만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몇 학년 몇 반일까?

우리 반은 어떤 아이들일까?

떠올려보며 설레는 겨울을 보냅니다.

올해 아이들과 함께 할 활동들의 계획을 세워보기도 하고 학급 운영에 대해서도 고민해봅니다.

교사도 아이들과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코로나입니다.

1월에 코로나가 확산될 때엔 유행처럼 금방 끝날 것 같았는데 벌써 9월이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지금도 코로나의 확산세는 여전합니다.

3월 첫 주에 얼굴을 익히고 학급 규칙을 세우고 한창 이것저것 신나는 일들을 생각하고 아이들과 함께 해봐야 하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없습니다’.     


주말에 작년 아이들 사진을 핸드폰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함께 이야기하며 웃고 배우고 즐거웠던 시간이 고스란히 있었습니다.

학예회 준비하며 서로 응원하고 격려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웃음이 났습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발견되었습니다.

작년 사진 속에는 마스크가 없었어요.

갑자기 우리 아이들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학교에 오지도 못하고 밖에 나가서 맘껏 놀지도 못합니다.

학교에 주 1,2회 와도 마스크를 쓰고 오고

친구들과 가까이 가서 놀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밥을 먹을 때도 한 칸씩 건너 앉아서 조용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게 맞나요?

이런 전염병은 대체 어쩌다가 만들어진 걸까요?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 걸까요?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속에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학교는 작년처럼 흘러가기 어렵습니다.

뭔가 다른 방식이 필요합니다.

아이들과 수업할 수 있는 다른 도구가 필요하고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도구와 채널도 나에게 맞아야 합니다.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적용해봐야 합니다.

올해는 모두에게 시행착오의 시간들이 되겠지만

또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2학기부터 아이들과 줌을 통해 만나고 있습니다.

마스크 벗은 온전한 아이들의 얼굴을 화상채팅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너무 반갑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한자리에서 만나는 일이 어려운 일이 될 줄이야.

아이들과 온라인상에서 만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다니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던 일들이 우리의 삶이 되었네요.     


코로나 상황이 끝나고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것보다는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더 생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해보려 합니다.

컨택트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온택트로 많이 소통하려 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교사로서 한 단계 거듭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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