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아직 기억한단다.
생전 처음 고운 옷을 입고
나무처럼 뻣뻣해진
네 아빠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였을까
뭐가 그리 신이 났던 지
환한 웃음을 머금었던
내 인생 가장 예뻤던
그날을 아직 기억한단다.
그날을 아직 기억한단다.
나 죽네 소리치며
눈물 콧물 다 흘려가는 내게
간호사가 축하한다며 안겨주던
그토록 예쁜 너를 처음 안았던 날
울고 웃는 그 모습이
얼마나 예뻤던지
내 인생 가장 행복했던
그날을 아직 기억한단다.
그날을 아직 기억한단다.
이제는 중학생 이라며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잠겨있는 방문 앞에서
서운하고 서러워
혹여라도 금방 문을 열고
속상해서 그랬노라고 얘기할까
밤새 자리를 뜨지 못했던
그날을 아직 기억한단다.
그날을 아직 기억한단다.
그동안 고마웠다며
정말 잘 살 거라고
자주 찾아온다고
눈물을 적시며 울던 너
행복해라, 행복했다
좋은 말 그리 많은데
같이 안고 울기만 했던
그날을 아직 기억한단다.
이 날을 기억해 다오.
이제 나는 긴 여행을 떠나지만
그때처럼 함께 서 있어 줄
그때처럼 함께 걸어줄
네 아빠는 없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축하 속에
그동안 고생했다는 격려 속에
발걸음을 내딛는 나를 위해
더 이상은 울지 말고
고마웠다는 말 한마디로
사랑했다는 말 한마디로
잘 가라는 웃음 가득한 인사 하나로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 하나로
그렇게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