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나가사키에서 다시 만난 '오란다'

by 또마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다가

잃어버린 단어가 있다.

‘오란다.’


어릴 적 대도시 유명 제과점 이름에는

외국의 고유명사가 유독 많았다.

뉴욕제과.

독일제과.

나폴레옹제과.


수입 버터의 고소한 풍미가 나는

이국적 이름들.


우리 동네

빵집의 이름은 소박했다.

'오란다제과.'


'시공관'에서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

그 빵집의 광고가 자주 흘러나왔다.


“오란~다~ 가련~다~, 오란~다 제과.”


그 멜로디가 귀에 각인되어,

지금도 나는 가끔 입안에서 맴돈다.


왜 오란다였을까?



오라고 해서,

오란다~ 그래서 가련다.

그저 리듬 좋은 말장난이려니 했다.


나는 집을 떠났고,

단어는 마음속 어딘가에 묻혔다.






일본을 공부하다가

우연히 나가사키라는 도시를 알게 되었다.


짬뽕과 카스테라,

그리고 나비부인의 배경으로 알려진 곳.


낯선 이름 하나가

오래 묻혀 있던 기억을 건드렸다.


オランダ.

오란다.

네덜란드.



에도 막부가 문을 걸어 잠갔던 시절에도

유일하게 드나들 수 있었던 서양의 나라.

그 발음이 오란다였다.


순간,

'시공관' 낡은 스피커 소리로 돌아갔다.


“오란~다~ 가련~다~, 오란~다 제과.”



아,


그 오란다가

이 오란다였구나.


우리 동네 작은 빵집도

세계를 품고 있었구나.





대단한 발견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 묻혀 있던 단어 하나가

제 이름을 되찾는 순간.


그것으로 충분했다.


오란다는 빵집 이름이라기보다

마음속에서 오래 발효되고 있던 질문,

그 자체였다.


잘 발효된 빵,

잘 숙성된 질문.


그 기다림이

맛과 생각을 깊게 한다.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도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질문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답을 못한 질문은

마음 어딘가에 머물러

무르익다가,


언젠가,


뜻밖의 장소에서

다시 걸어 나올지 모른다.



아,

여기 있었구나.




-추신-


아직 사장님께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어쩌면 전혀 다른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오라고 해서 오란다.”


그래도

이 소박한 ‘유레카’는

한동안

나를 기쁘게 했다.




[말말말, 내 맘대로 사전(私典) 03]

오란다(オラン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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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Hello는 아니야!"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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